인사교류 없이 그곳에서 계속 일했다면 어땠을까.
조직생활의 시작은 연고지가 전혀 없는 지역에서였다.
본적지와 주소지가 같으니 서울 아니면 경기도 밖에 시험을 볼 수가 없어, 합격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열망으로 주소지 이전을 했던 곳에 덜컥 합격을 했기 때문이었다.
전입신고에 도움을 주신 친척 어른이 계셨는데 나와는 관계는 육촌이었나 팔촌이었던가. 그 정도면 거의 남 수준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테다.
조직원이 되어 너무 좋은데, 앞서 말했듯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었고 자취까지 하게 되면서 더욱 집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이쪽으로 오지 않았어도 거기서 잘 먹고 잘 살았을 텐데 그 당시엔 왜 그렇게 엄마 곁으로 가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엄마와 아주 각별한 모녀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임용된 지 2년이 지나 전보제한이 풀리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인사 교류에 대해 알아봤다.
1:1 또는 다자간 교류 그것도 아니면 일방으로 전출하고 전입을 해야 하는데 이건 양쪽 기관에서 허락을 해줘야 가능한 일이라 더 어려웠다. 내가 가고자 하는 지역에서 이쪽으로 교류를 희망하는 사람을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
근무 시작 전, 점심시간 등 시간이 나면 인사 교류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이쪽으로 올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인사 교류를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했다. 일단 직렬이 동일해야 하고, 급수도 맞아야 하며, 근무연수 또한 엇비슷해야 했다. 고로 나의 직렬과 동일하며 8급에 3~4년차 정도 되는 사람이어야 했다.
부모님이 계신 본가가 위치한 지역과 인근 시까지 사이트에 올라온 교류희망자를 싹 다 찾아보고, 가고자 하는 지역의 인사부서에 날 일방전입을 받아 줄 수 있는지 일일이 전화를 돌려봤지만 헛수고였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 대상자 발견! 한 번은 안산시와 또 한 번은 서울 금천구에 근무하는 8급 직원의 인사기록카드를 받아 소장님께 조심스레 내밀었다. (조직 인사관리는 인사팀에서 담당하고 있었지만 소수직렬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내가 근무했던 곳에서는 소장님이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고~ 8급인데 근무연수가 오래됐네! 이 사람 오면 여기 있는 너 동기들이 승진 자리 뺏길 텐데, 그건 아니지 않아?"
이런 이유로 대상자를 찾아도 교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두어 번 반복되는 시간이 흘러 결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남편 또한 인사교류가 필요한 동쪽에서 근무하는 조직원, 나는 서쪽에서 근무하는 조직원으로 결혼하자마자 주말부부로 생이별을 하며 우리 둘 다 합가를 위한 인사 교류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지금에 와보니 주말부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이미 지난 세월을 함께 지지고 볶았기 때문이겠지?
어쨌든 우린 그 당시 빨리 살림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몇 달 뒤면 첫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으므로...
배는 점점 불러오고 전철로 오가는 출퇴근은 점점 불편해졌다.
요즘이야 임신한 조직원은 출산 몇 달을 앞두고도 출산 전 휴직을 내기도 하지만 당시엔 최대한 버티며 일하다 출산 후에 더 길게 쉬는 게 트렌드(?)였다.
꾸역꾸역 지옥철에 무거운 몸을 싣고 출퇴근을 하던 임신 8개월 무렵 문자를 받았다. 띠링~
[안녕하세요. 인사 교류 게시판 보고 연락드렸어요. 여기 ○○시인데 혹시 저와 교류 가능하실까요?]
○○시면 본가 바로 옆에 있는 지역 아닌가!
[저는 괜찮은데 여기 소장님께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해서요. 직급과 근무연수 알려주시면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소장님께 말씀드리니, "이 사람은 자네보다 근무연수가 적네. 좋아. 인사 교류 진행해!"
실질적 인사권자의 허락이 떨어지고 우린 서로의 인사부서에 교류 희망 의사를 밝혔다.
인사부서의 검토가 시작되니 마음에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임신 8개월이라 두 달만 근무하면 출산 휴가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 이쪽 소장님이 교류 허락을 거부한 경험이 있어 나도 그쪽에서 거부당할까 걱정되었다.
'내가 근무연수도 좀 더 길고, 거기에 곧 휴직 들어갈 직원이니 안된다고 하면 어쩌지?'
기우였을까? 물꼬가 터진 인사 교류는 급물살을 타고 진행되며 단 일주일 만에 전출 발령이 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상대방 쪽에 '빽'이 있었다. 인사 교류 시 있으면 좋을 추가 조건, 빽.
(뒷배가 든든하면 뭐든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는 건 국룰인가.)
발령일에 근무할 지역으로 출근해서 인사발령장을 받고 내가 소속될 부서로 갔다.
"어머 배가 많이 나오셨네. 언제가 출산이에요? 곧 들어가야겠는데? 육아휴직 들어갈 거예요?"
"아.. 네 10월 초가 예정일이고요. 출산휴가만 쓸 예정입니다."
새로 온 직원이 두 달 뒤엔 들어가야 한다는 미안함도 컸지만 그땐 진짜로 출산휴가만 쓸 생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육아휴직이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현 근무지로 전입을 오면서 3년간 끊임없이 찾고 시도했던 인사 교류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이제 남편 차례다. 남편도 이쪽으로 와야 살림이 합쳐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