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잠시 발을 빼다.

조직을 벗어나면 그마저도 육아의 늪

by 달림

출산 두 달을 앞두고 새로운 조직에 전입했다.


무거운 몸으로 주말 부부를 하고 있었기에 전입을 하면서 친정으로 들어갔다.


근무지는 1:1로 맞바꾼 조직원이 있던 곳이 되었고, 친정 소재지 바로 옆에 있는 市라 출퇴근은 그다지 고생스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본격적인 첫 출근 날, 자차가 없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터.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면 되기에 별 부담 없이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만삭의 몸이 문제였다.


출퇴근 시간 꽉꽉 들어찬 버스 안은 임산부 배려라고는 찾을 수가 없는 상황.


한번 갈아탄 좌석버스는 출발 지점이라 자리는 있었지만 길이 엄~~~~~청 나게 막히는 구간이 계속 이어지고, 거의 이전 근무지와 맞먹는 출근시간은 내가 여길 대체 왜 온건지에 대한 의문을 남길 뿐이었다.



근무지는 한적한 시골에 있는 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와 단 둘이서 근무를 해야 하는 환경인 데다, 내가 간호사가 아니라서 옆 동네 지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일주일에 한 번씩 지원을 나와 예방접종을 해줘야 했다.


새로운 조직은 참 낯설었다.


본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지라 직원이 상주한다 하더라도 물어보기 어려워했을 터였다. 한데 그곳은 물어보고 의지할 동료라곤 일주일에 한 번 지원을 나와주는 직원이 전부였고, 나 때문에 출장을 나오는 것이기에 미안하여 뭘 물어보기도 어려웠다.


같이 근무했던 공중보건의사가 있었지만 내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고 당시 고작 서른한 살이었던 내게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써서 더더욱 놀라게 했다. 자기 보다 나이가 많고 결혼한 여자는 여사님이라나 뭐라나.



전임자와 본소에 전화로 물어가며 어찌 저찌 업무를 익히며 나 홀로 근무를 이어나갔다. 공보의는 관사에서 거의 내려오지 않았고 환자가 올 때만 내려왔으나 그 환자마저도 많지 않은 시골이었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전입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갈 무렵 그날도 친정에서 평소처럼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했다.


"엄마~ 나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괜찮기도 한데. 많이 아픈 건 아니니까 그냥 출근해도 되겠지?"

"뭐? 언제부터 그랬는데?"


"새벽부터 그래서 잠을 잘 못 잤어. 예정일이 8일이나 남았으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어이구~ 출근은 무슨 출근이야. 119 안에서 애 낳기 싫음 일단 병원부터 가!"


예정일이 되어야 애가 나오는 건 줄 알았던 초보 임산부는 참으로 무지했다.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병원에 가는 도중, 점점 배가 아파오는 간격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야~ 진통 시작된 건가부다. 어이구 이런 몸으로 무슨 출근을 한다꼬.."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를 보니, 양수가 새고 있다며 당장 분만실로 갈 거라 한다.


'어?!.. 갑자기 오느라 사무실에 얘기를 못했는데...'


분만실 입구에서 공보의에게 통보를 하고 본소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보건지소 직원인데요. 제가 오늘 갑자기 진통이 와서 지금 아기를 낳으러 들어가야 해서요. 출근을 못하는데... 어떡하죠?"


"네?? 아니 뭐 출산하셔야 하니 어쩔 수 없죠. 걱정 마시고 순산하세요."



그로부터 4시간 뒤 작디작은 딸아이와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같이 일하던 공보의와 본소 직원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조직원의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 건 남은 자들의 일, 어차피 예정되어 있던 출산을 하러 간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었지만 예정일 보다 갑자기 앞당겨졌기에 조직에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이었다.



주말 부부를 했던지라 남편 없이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신생아 육아가 시작되었다.


출산휴가 90일 뒤엔 시댁에 아기를 맡기고 출근할 계획이었지만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소중하고 예쁜 아기였다. 조직에 또 한 번 미안했지만 육아휴직을 결심했다. 아기를 두고 도무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저... 출산휴가 중인 ○○○인데요. 제가 육아휴직을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불편한 마음을 뒤로하고 난 조직에서 잠시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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