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조직원

일을 대하는 태도=당연히 해내야 하는 것, 그 외엔 생각하지 못했다.

by 달림

조직원이 되고 4년 만에 드디어 전보가 났다.


같은 일을 4년 하는 동안 했다는 것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지겨움을 이겨내야 했고, 나태함이 찾아오는 걸 막아내기도 해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좋아서 군말 없이 단속업무를 잘 해낼 수 있었다.


이제 정든 구청 청사가 아닌 따로 떨어져 있는 외청으로 나간다.




그곳은 또 다른 여인천하 보건소.


직렬 특성이랄까 그 때나 지금이나 사무실에 남자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은 남자 간호사도 간간이 보이지만 그때만 해도 남자 간호직은 찾아볼 수 없었고, 보건소에 있는 남자직원은 의료기술직(방사선사)이나 당시 기능직 정도의 극소수였다.



내가 맡게 될 업무는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건강행태개선사업'이었다. 지금은 해를 거듭하며 좀 더 세련된 사업명으로 바뀌었지만 2008년엔 그랬다.


세부적으로 나누면 크게 금연, 절주, 영양, 운동으로 분류되는데 운동을 제외한 사업을 잠깐씩 맛볼 수 있었다.


구청에서는 4년간 같은 업무를 했는데 보건소로 오니 금연과 절주 2개월, 영양 4개월 하여 반년 정도 수행하고 다른 팀으로 인사이동이 되며 업무가 자주 바뀌었다. 어쩔 수 없는 소내 상황이었겠지.


다른 팀에서 맡은 업무는 '서무'였다. 신규자로 임용된 날 우리를 안내해 주신 담당자분이 '서무'라고 했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부서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역할의 서무담당.


당시 서무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직원들의 급여지급, 세금신고, 복무관리였고 그 외 잡다한 것을 챙겨야 하는 사람이 되시겠다. 지금과 달리 전산 시스템도 없어서 엑셀파일에 월급 계산을 했고 그 덕에 직원들 월급이 얼마인지 다 파악이 되던 시절이었다.


서무를 하다 보면 민원인과 접촉할 일은 없지만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지하거나 취합해야 할 일이 많다.


요즘엔 사내 메신저로 전체 쪽지를 날리면 되지만 그 시절엔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어야 했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난 주목받는 것도 싫고 큰 목소리 내는 것도 아주 어려운 내향인이다.


전임자는 목청껏 소리 질러 내용을 알렸었다.


"초과근무 하실 분 등록해 주세요오~~~"

"간식드세요오오~~~~"

"서고 열쇠 가져가신 부우운~~~~"


큰 규모의 사무실은 아니지만 내가 우렁찬 목소리를 내어 직원들에게 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에 상당히 큰 부담이 있었다.


'아... 오또카지. 가슴이 다 벌렁거리네. 넘 떨리는데 오또카지.' 심호흡을 열댓 번을 하고 눈을 질끈 감는다.

"(에라 모르겠다) 초과근무 하실 부우운~~~~"


"오~~~ 이 주사! 서무 하니까 목소리를 들네."


너무 부끄러워 어디 숨고 싶지만 이겨내야 한다. 이게 나의 일이니까.


내가 맡은 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어떻게든 해내야 하니까.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지.




조직에 스며들어서일까? 책임감이 강했던 것일까?


나에게 주어진 일이 크든 작든 부담되고 어려워도 '하기 싫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성격도 한몫하는 나의 이런 수용적 태도는 조직에 잘 적응하고 찐 조직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이땐 몰랐다. 그런 것에도 유효기한이라는 게 생길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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