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퉁불퉁 뚝배기 Jan 05. 2021

중년 신입의 직장 패션: 이직할수록 옷이 가벼워진다

넥타이, 비즈니스 캐주얼, 청바지. 다음은 나시?

평소에도 패션 테러를 하는 난 직장을 옮길수록 몸에 부착된 의류 아이템을 하나씩 탈착 한다.


첫 직장에서는 고객을 만나다 보니 정장과 넥타이가 필수였다. 정장을 입을 때 남자가 강조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넥타이. 한동안 출장 가거나 놀러 가면 넥타이를 하나 사는 경우도 있었다(아내가 얼마 전에 당**켓에 일부를 싸게 팔았다...). 그러다 보니 한여름에는 체온이 1.5도 이상 상승, 한겨울에는 체온이 1.5도 이하 하락했다(두툼한 패딩 대신 정장에 어울리는 얇은 코트를 입다 보니).

불편하고... 덥다....

특히 여름을 못 견디겠던 나는 넥타이와 정장 윗도리를 사무실에 배치해놓고 출퇴근했다. 문제는 집에서 고객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에는 난감했다. 양복 상의가 사무실에 있어서 하루는 위는 검은색, 아래는 남색을 입고 회의에 참석했었다. 다행히 아무도 신경을 안 썼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날은 넥타이를 풀어서 상의 양쪽 주머니에 하나씩 넣은걸 깜빡하고 넥타이를 매고 고객을 만났으니, 총 3개 넥타이를 들고 간 셈이 되었다.


다음 회사로 옮길 때는 출장이 아니면 고객을 만날 일이 없었고 비즈니스 캐주얼 열풍이 불기 시작할 때였다. 지긋지긋한 넥타이는 안녕. 하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은 더 까다롭다. 위, 아래, 셔츠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폼이 난다. 하얀색 셔츠에 위아래 동일한 색으로 입으면 패션 테러리스트가 된다. 궁여지책으로 검은색 상의와 면바지로 매칭을 해보지만 잘 안 어울린다. 결국 비즈니스 캐주얼 몇 벌을 구입해야 했다.


하지만 역시 여름에는 비즈니스 캐주얼도 상의를 입고 있으면 덥고 불편하다. 넥타이를 안 해도 셔츠와 상의가 겹쳐지면 덥다. 결국 난 상의를 회사에 놓고 다닌다. 이러다 보니 예기치 않게 다른 부서 직원들이 퇴근 시간에 내가 퇴근을 안 하고 잠깐 밑에 내려가는 줄 안다. 일석이조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는 구두도 불편하니 검은색 운동화를 장만했다. 문제는 지적을 좋아하는 임원들과 엘리베이터를 탈 때다. 다행히 임원들은 직원들 신발을 안 쳐다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도 불편하다...

다음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업무를 이메일로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비즈니스 캐주얼 상의도 입을 필요가 없었다. 난 몇 개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입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고객을 만나는 엔지니어 직원들도 편하게 청바지를 입고 다녔다.


게다가 여름에는 긴 팔 셔츠와 면바지를 입고 다니면 덥고 불편하다.여름이 되자 난 바로 폴로티와 청바지로 갈아입었다.하지만 30도를 넘기면 이마저도 덥다. 가끔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가서 화장실에서 폴로티와 청바지로 갈아입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나저나 왜 건물에 샤워 시설은 없는 걸까.

여전히 여름엔 덥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패션은 현재 파악 중이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다들 편하게 입고 있다. 게다가 조직 특성상 복장이 예전에 다니던 곳들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 보인다. 나의 다음 직장 패션은 나시 + 청바지로 해볼까.

흰 란닝구... 이거 입으면 안되겠지...

하지만... 여기서는 내 역할상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게다가 나시에 어울리는 근육이 없는 내가 저렇게 입으면 쫓겨날지도.


당분간 재택이 지속되니 이 기간 동안 복장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라고 말하고 사실은 집에 있는 옷을 대충 걸치겠지.




관련 글:
https://brunch.co.kr/@jitae2020/167









이전 02화 중년 신입의 NGO 출근 첫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