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출근하니까 어색하다.
코로나19로 여전히 수도권은 2.5단계. 단계가 내려갈 기미가 보이는가 싶으면 확진자 수가 야금야금 올라간다.
내가 속한 조직은 2.5단계에서는 최대한 재택을 권장한다. 그러다 보니 매일 사무실에 나와있는 직원도 몇 명 없다. 심지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재택. 게다가 출근하려 하면 재택 하는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만 출근할 수 있다고 하니 더 머뭇거려지게 된다.
심지어 몇 개월 전에는 다른 층 다른 회사 방문객이 확진자가 있다고 해서 검사받으라는 안내를 받고 난 부랴부랴 달려가서 콧구멍과 입구멍에 면봉을 넣은 경험이 있다.
몇 개월간 부모님 집으로 출근하는 재택 루틴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출근해서 업무를 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다. 이는 마치 회사로 출근해서 매일마다 봉지커피만 마시다 보니 질린 찰나에 재택 하면서 집에서 원두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이 한동안 즐겁다가 다시 출근해서 봉지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랄까.
어느 날 동료들이 모두 모여 알코올 없이 줌으로 랜선 파티 비슷한 것을 했다. 신입이다 보니 나의 웃긴 에피소드를 질문으로 만들어서 다른 직원들이 알아맞히는 게임으로 시작한다. 내가 대학교 동아리 행사에서 무엇을 입고 뛰어다녔는지 맞추는 게임인데... 이것은 나중에 다른 글로 기회가 되면 풀고... 어쨌든 나의 황당한 경험으로 다들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된 거다.
게임이 끝나고 자유 발언.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이 중 나보다 조금 더 일찍 먼저 온 동료는 자기가 외형적인 사람인데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출근 후 계속 재택만 하려니 너무 답답하다고 한다.
내가 한마디 거들어줬다. 나같이 내향적인 사람이 사람 만나고 싶다는 하면 정말 답답한 상황이라고. 나와 같은 내향적인 동료가 채팅창에 호응을 한다.
아... ㅠㅠ이다.
그러던 어느 날, 2.5단계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조직은 앞으로 명단만 작성하고 출근해도 된다고 한다. 단, 하루에 몇 명 이상 출근을 못하게 정했다.
난 출근하는 날을 잡았다. 입사 첫날 이후 대망의 두 번째 출근날. 모든 게 어색하다. 내 책상은 아직 내 책상이 아니다. 이전에 있었던 사람의 자리 같다. 책상과 의자에 내 몸을 길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가자마자 일단 프린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역시나 한 번에 되지 않는다. 주변에 둘러보니 나랑 같은 팀에 속한 직원은 하나도 안 나왔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지원팀 몇 분이 나오셨다. 그분이 컴퓨터 담당이 아니지만 난 무작정 물어본다. 무슨 와이파이명으로 들어가 보라고 한다. 그리로 들어가니 프린터는 되는데 이번에는 인터넷이 안된다.
또 물어보기가 그래서 혼자 낑낑하다 보니 그럭저럭 연결이 되었다.
점심은 혼자 나가서 해결. 이러면 내가 출근한 의미가 없지 않나...
세 번째 출근. 이번 출근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나의 상사의 상사가 오후에 미팅을 잡았다.
한편, 내가 사무실 들어간다고 하니 한 명이 점심을 같이 사무실에서 먹자고 한다. 늦을까 봐 난 일단 사무실로 올라갔더니 다들 점심을 사 가지고 와있다. 어? 어? 아... 여기는 이런 분위기군. 난 다시 나가서 점심을 사 온다.
줌으로만 보던 동료들을 처음으로 대면으로 보니 생소하다. 줌에서 볼 때와 라이브로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이것은 줌 화질의 문제인가...
막상 밥을 같이 먹는데 어색하다. 내가 외부 업체 직원이 된 느낌이다.
그래도 이번 출근의 소득이 있다면 상사의 상사를 만나서 업무 보고를 하면서 생각보다 미팅 진행은 괜찮았다는 점과 출근한 동료들에게 내 눈과 코를 익혀 놓았다는 것이다.
난 앞으로 일주일에 몇 번은 출근하려고 한다.
다시 또 매일 출근해서 마시는 봉지커피가 질리고 집에서 내리는 원두커피를 원하는 날이 오겠지만... 당분간은 봉지 반, 원두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