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신입, 새로운 회의용 소프트웨어들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입사한 지 이제 한 달이 좀 넘었다. 난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조직에서 화상 회의에 최적화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접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급작스럽게 변하고 있고 나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소프트웨어를 빨리 익혀서 업무에 활용해야 한다. 업무 적응하기도 벅찬데... 중얼중얼...
돌이켜보면 바로 전 직장에서는 기껏해야 시스코의 웹엑스로 워드 문서 띄우고 전화기 켜서 음성 회의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전전 직장에서는 큰 회의실을 잡으려면 회의실용 전화기를 따로 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아예 출장 가서 대면 회의를 하거나 저녁에 임원이 퇴근한 후 임원방에서 회의를 했다. 한 번은 영국, 미국 중부, 한국 세 군데 시간을 맞추다 보니 새벽 12시부터 오전 7시까지 회의를 했었다. 기억해보면 잠이 쏟아지면서 하는 회의라 그리 생산적이지 않았다.
근데 내가 지금 활용해야 할 4가지 소프트웨어는 아직 낯설다.
1. 줌(Zoom)
나의 줌에 대한 첫인상은 시스코의 웹엑스와 뭐가 다른가였다. 어차피 똑같이 회의용 소프트웨어 아닌가. 정 구분하자면 좀 더 깔끔해서 젊은 충에 어필하고 학교에서나 더 잘 활용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잠깐. 난 나의 예측이나 전망을 “뚝배기의 저주”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축구 레전드 펠레가 월드컵 우승 국가대표팀을 지목하면 그 팀이 그 해 월드컵 우승을 못하듯이 내가 무엇을 부정적으로 예측하면 반대로 잘 된다.
어쨌든 난 (또) 보기 좋게 틀렸다. 줌은 딸 교육부터 아내 직장 관련 회의까지 모두가 다 쓰게 만드는 대세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로 자리 잡았다. 참고로 몇 년 전에 테슬라 주식을 산 지인은 줌을 써보고 줌 주식도 샀다고 한다.
나도 줌을 몇 번 써보고 사용자에게 편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복잡하다. 첫째, 줌은 개인에게 멀티태스킹을 요구한다. 발표를 하면서 채팅창을 보는 한편, 발표를 듣는 사람들이 이모티콘 손을 드는지, 그리면서 내 발표물을 봐야 한다. 하루는 채팅 창을 안 켜놨더니 나중에 내 발표를 듣던 분이 채팅창을 여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Alt + H.
눈은 두 개인데, 세 가지를 동시에 봐야 하다니...
그런 와중에 화면 공유도 낯설다. 파일을 많이 열어놓은 상태에서 이 파일 저 파일을 신속하게 공유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다음번 회의 때는 대회의 중 소규모 회의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데...
2. 슬랙(Slack)
채팅 소프트웨어. 카톡 같은 느낌이다. 다만 몇십 명이 들어간 방에 누가 글을 올리는데 1:1에도 누가 말을 걸면 정신이 없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보니 생각보다는 편하다. 심지어 줌도 바로 만들기 해서 연결이 되니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안 된다. 항상 내 컴퓨터만 문제지...
3. 구글독스
온라인 워드 프로그램. 워드와 다른 점은 클라우드 베이스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와 수정이 가능하다. 다만, 줌으로 문서 공유하고 동시에 작업하면 반응이 좀 느려지는데, 그럴 필요 없이 다들 각자 컴퓨터에서 해당 구글 독스를 보면서 발표자 설명을 듣다가 수정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구글 독스는 치명적 단점이 몇 개 있다. 10년 넘게 워드만 사용하다 보니 워드 기능들과 기능 배치가 달라서 헤매고 있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취소선 기능은 두 번 클릭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변경 추적 기능이 어디에 있는지 워드처럼 눈에 확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가장 나한테 불편한 점. 24인치 모니터에서 두 페이지를 못 보니 매우 불편하다. 구글링 해보니 불편함을 토로하는 게 나뿐만 아니다. 40페이지 문서를 한 화면에 20페이지만 보면 상대적으로 바로바로 읽히는데... 아쉽다.
4. 잼보드
사이버 화이트보드라고 해야 할까.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이는 개념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생각날 때마다 아이디어를 적어서 좋다. 근데... 이를 정리할 사람 입장에서는 힘들지... 집단 지성이 좋긴 한데 그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묶는 건 여전히 한 명의 몫이다. 아직 이 잼보드를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해서 일단 의견 보류.
보너스: 구글 크롬에서는 PDF 두 페이지 보기 기능이 없다. 구글링 해서 찾아보니 기능을 수동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찾아서 기능 추가. 그리고 자동완성 기능을 꺼도 자꾸 글자가 중복된다. 가령, “울퉁”을 치면 “울퉁퉁”이 되어버린다. 인터넷에서는 웹서핑 기록을 종종 삭제하라는데 귀찮다.
새 조직으로 가면 항상 있는 초창기 적응의 시간. 다만 이번 조직은 특별하다. 완전히 다른 업무에 완전히 다른 분야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혀야 하니... 쩝. 쩝. 해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