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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Dec 09. 2020

회사 외국변호사에서 NGO 활동가로 인생 리셋하다

중년의 백수에게 찾아온 인생 이모작

며칠 전 운전 중에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이메일이 왔다.

아마도 이번처럼 간절히 원한적은 없었다. 그래서 난 난생처음 새벽 미사를 4일 연속 나가고, 관련 분야에 일하는 아내에게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얻고, 면접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난 NGO 활동가 포지션에 합격했다. 여기까지 오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계를 되돌려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은 우리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나 또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고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사회단체에 기부도 해보고, 10년간 안 읽던 책들도 읽고, 세미나도 가보고, 입당도 하고, 집회도 몇 번 나갔다. 나는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보려고 했다.


그리고 2020년. 난 몇 개월 전 실직했다. 갑자기 중년의 백수가 된 나는 자격증 공부를 하는 한편,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다. 예전부터 내가 원하는 걸 찾는 방법으로 여기저기 지원하면서 나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NGO 활동가 포지션은 나에게 인생을 리셋할 기회이자 평소 관심 있던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평소에 내 자녀들이 사회 운동과 같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바란다고 하면 아내는 “애들한테 기대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여보부터 먼저 하세요”라고 했기 때문에 난 직접 해보기로 했다.

딸에게 그레타 툰베리를 기대하지 말고 당신부터 해봐

나에게 NGO 활동가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만약 입사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경력과 관심사를 활용해서 이 NGO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서류 합격. 인터뷰 통보가 왔다.


1차 인터뷰에서는 해당 경력이 없는 내가 왜 이 NGO에 들어가고 싶은지 난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예전에 후원한 사실이나 이력서에 드러나 있지 않지만 평소부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것을 절규... 아니 적극 어필했다. 아내도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나도 언젠가 이쪽 분야로 넘어가고 싶다고 했다.


2차 인터뷰는 과제 발표. 과제 준비에 내 (원체 많은) 시간을 올인했다. 해당 분야에 대한 나의 얕은 지식으로 과제를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일단 슬라이드를 준비하고 수차례 연습을 했다. 슬램덩크 채치수가 해남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빠지자 강백호는 독백한다: 내가 갖고 있는 무기의 전부다! 드리블 기초, 패스 기초, 풋내기 슛, 리바운드 -. 나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관련 경력 기초, 발표 경험 조금, 자료 조사 -.

해남 후 강백호는 삭발한다... 안됐으면 나도 삭발?

2차 면접. 면접관 두 분이 줌에 들어왔다. 한분은 1차에서 봤던 분. 다른 한분은 포스가 심상치 않았다. 터미네이터 2(1991년) 여자 주인공 사라 코너의 포스가 풍긴다. 긴장이 살짝 된다. 두 분은 나의 발표를 인내심을 가지고 들었다. 비대면 면접을 하다 보니 면접관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계속 내 오른쪽 눈이 화면의 오른쪽으로 향한다. 두분 다 무표정. 내 발표가 끝나니 송곳 질문들이 나를 쿡쿡 찌른다. 특히 사라 코너 면접관이 나의 내용의 허점을 계속 파고든다. 내가 최대한 실드를 치지만 속으로는 불안하다.

면접관 중 한명은 터미네이터2 사라 코너였다

면접이 끝나고 난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난 운전하다가 합격 연락을 받았다.


사실 난 신입과 다름없기 때문에 연봉 부분은 많이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가계부를 따져보니 지금처럼 소비하고 살면 적자일듯하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리 가족의 가계부를 리툴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사다난한 2020년. 코로나19, 구직 활동, 전세대란 등, 나에게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올 한 해가 마무리되어간다. 그리고 난 내년부터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신 가족, 친구들과 브런치 작가님, 구독자님,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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