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 회비
"만 원입니다."
회비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지만 반응은 각기 다르다. 그래서 회비에 대한 안내를 하고자 글을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안내보다는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 미리 알린다. 나에게 두두방은 '만 원의 행복'이라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는데 독서모임이라고 거저가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모임은 인간계가 아닌 걸로 본다. 회비가 없는 모임에 참여한 경험으로 봤을 때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 회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모임이 잘 진행된다면 신의 가호가 있는 것이 분명하니 인간계가 아닌 천상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만약 그런 곳에 소속되어 있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존경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현재 모임(두런두런 다락방 / 두두방)은 회비를 따박따박 내면서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회비는 한 달에 만 원이다. 그 돈은 공연을 관람하거나 점심 회식을 하거나 특별한 지출에 쓰인다. 총무님이 단체 공지를 띄우면 서둘러 입금을 하시거나 간혹 선입금을 하여 총무님을 난감하게 하는 분도 종종 계신다. 밀리는 분은 없는 걸로 안다. (이 글을 보고 총무님에게 연락이 오면 수정하겠다.)
그렇다면 한 달에 만 원이 적당할까? 그렇지 않다면 얼마가 적당한 비용일까? 우선 두두방이 월회비 만 원으로 십수 년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간 이용료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 동아리실에서 시작한 역사는 지역 주민의 독서 모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 기준 인원을 지켜야 하며, 내용이 적절하다는 보고서를 늘 작성하고, 도서관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공공사업에 협력해야 한다.
만약 공간을 대여하면서 책을 구매하는 조건까지 있다면 더 많은 참가비를 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긴 시간 동안 그런 모임을 운영한 리더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적지 않은 돈을 내며 참여하는 모임이기에 서로에 대한 소속감도 깊고 자긍심도 높다고 했다. 강한 권리의식으로 의견 조율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책이 좋아서 모인 만큼 리더가 그 마음들을 잘 아우르는 것이 큰 숙제라고 했다.
회비가 없는 모임은 풀뿌리처럼 흩어지기 일쑤였다. 약속시간 직전에 불참을 알리기도 했으며, 토론 내용이 부실하기도 했다. 개인의 시간과 정성이 존중받지 못해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회원의 참여도도 높았고 내용도 충실했지만 결과물을 모으는 작업에서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와해된 적도 있었다. 결과물을 문고판으로 낼 것이냐 출판사에 투고할 것이냐를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끝났다. 그 논제는 아직 내가 보관하고 있다. 저작권으로 인해 나 혼자만 보고 있다. 개인의 창작물을 협의하지 않고 공개하는 것은 그때의 충돌을 반복하는 것이므로 많이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모임의 회비가 있었다면 그 돈으로 무엇이든 해보자고 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의 쟁점은 돈이었다. 누가 낼 것이냐를 놓고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돈은 매우 주관적이다. 누구에게는 많을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적을 수도 있다. 또는 매우 적당할 수도 있는 금액이 바로 만 원이다. 독서모임은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또는 서너 장으로 두어 시간을 떠들 수 있는 시간을 구매하는 것이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시장원리에 대입한다면 독서모임은 흙에 씨앗을 심는 것과 같다. 곧 주렁주렁 달릴 열매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아... 기다림 끝에 열매가 달리지 않았더라도 걱정 마시라. 땅을 파서 감자를 수확하는 것처럼 약간의 수고를 들여야만 결실을 찾을 수도 있다. 토론을 통해 얻는 보람과 성취, 앎의 순간은 반드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