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선생 Oct 12. 2023

여자라서 행복하신가요?

생리통은 여자로 태어난 행복을 누리지 못한 이의 아픔이다.

쿠선생 : 안녕하세요! 쿠선생의 대중문화 심리연구소. 여자이야기 계속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패널 : 이야기를 계속해보자면, 생리통때문에 괴로워하는 딸에게 용돈을 주는 것은 여자로서의 어떤 베네핏을 느끼게 함으로서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뜻으로 받아드리면 되겠군요.

쿠선생 :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금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물질적 보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주어지는 보상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제도를 통해서도 생리통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패널 : 사회적 제도라구요? 여성우대 정책같은 것을 이야기 하시는 건가요?

쿠선생 : 네, 맞습니다.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여성전용주차장 같은 복지혜택을 평소 잘 누리고 사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생리 기간을 일상 생활에 지장없이 보낼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생리 휴가 또한 이런 맥락에서 생리통을 줄여 줄 수 있는데요. 간혹 남성분들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생리휴가를 주말에 붙여쓰거나 연차와 함께 사용하는 것은 호의를 잘못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시는 거죠.

패널 : 아픈 것을 어떻게 예고하고 아픕니까. 아무래도 저 또한 남자이다보니, '나 이날 생리통 예정이야.' 라고 예고하듯이 여직원들이 미리 생리 휴가를 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쿠선생 : 네,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생리휴가는 정말 생리통이 심할 때를 대비하여 위급상황에 쓴다 라는 개념 보다는 '내가 여자라서 남직원보다 휴가 하나를 더받고 그 휴가를 내가 원할 때 쓸 수 있다.'는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여직원 스스로가 할 때, 그 달에 생리휴가와 실제 생리 기간이 다르다 하더라도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서 더 한발자국 나아간다면, 더치페이 문화가 강한 나라 일수록 생리통을 호소하는 여성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패널 : 생리통이 또 더치페이 문화와도 연계가 되는 건가요? 세계관 확장이 끝내주는 군요. 그야말로 멀티유니버스에요.

쿠선생 : 하하 그런가요.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 또한 여성으로서 느낄 수 있는 베네핏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치페이 문화가 강해지면 그만큼 여성은 베네핏을 못누린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곧 생리통으로 이어진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널 :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여성분들은 생리통을 안느끼시나요?

쿠선생 :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저도 궁금했는데요.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여성 페미니스트 중에 생리통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못했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떤 무의식의 영역에서, 여성은 그래도 사랑받고자 하는 본능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패널 : 그렇죠. 여자는 나이가 먹어도 여자다. 이런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쿠선생 : 네 그래서 소위 고무신이라고 하죠. 사랑하는 남자를 군대에 보내면 생리통이 또 심해지는 것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패널 : 또 옛날 생각이 나네요. 군복무를 하고 있을 때, 여자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때 여자친구가 유독 심하게 생리통을 호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원래 평소에도 생리통이 심했긴 하지만, 군대에 가있을 동안에는 진통제를 꼭 먹어야 할 정도로 심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좀 이상했던건, 그 아픈 와중에서도 군대에 있는 저하고 계속 통화를 하겠다고 전화를 붙들고 있는데, 저로서는 그것이 참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프면 그냥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눈감고 자야되는데, 전화기를 붙들고 누워서 끙끙앓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쿠선생 : 그 여자분이 그때 당시 패널님을 정말 사랑했나 보군요.

패널 :사랑이라고 느낄 순 없었어요. 왜냐하면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짜증섞인 목소리를 계속 쏟아냈거든요. 아니 군복무를 하고 있는 나도 힘든데, 그것을 듣고 있으면 도대체 이럴거면 왜 전화를 계속 붙들고 있는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죠.

쿠선생 : 그래서 헤어지셨나요? 그건 그 여성분 나름의 사랑표현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패널 : 어휴. 군인이 뭐 선택권이 있나요? 노력많이 했죠. 생리통 치면 나오는 것들, 허브티를 마신다던가, 찜질팩을 해보라던가 이런 것들을 찾아보고 또 알려주고 그랬죠. 근데 그 여성분은 계속 힘들다, 아프다는 말만 계속하는 거에요.

쿠선생 : 그 때는 여자친구 스스로도 자신의 아픔에 대해서 잘 몰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생리통을 호소하고 있는 그 여성분은 전화기 너머에 있는 패널님에게 '여자로서의 행복'을 얻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패널 : 그때 기억으로 여행계획을 같이 세우면서 전화로 시간을 보내면 좀 괜찮았던 기억이 나네요. 여자로서의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쿠선생 : 남자친구와의 행복한 시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고통을 견뎌낸 것이지요. 종종 남자분들이 질문을 해요. 여자친구와 일박이일 여행을 가고 싶은데, 여자친구가 나를 음흉한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얘기를 못꺼내겠다. 여자친구도 나와의 하룻밤을 원하고 있다는 사인이 혹시 있다면 알려달라. 하는 분들이 있어요.

패널 : 오호. 혹시 그런 사인이 있나요? 귀가 솔깃 해지네요. 그런 엄청난 사인이 있다면 좀 일찍 알려주셨어야죠.

쿠선생 : 아, 별건 아닙니다. 계속 이 생리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생리통이라는게, 아기 낳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아픈건데, 아기는 어떻게 만드나요? 여자 혼자 준비할 수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자 입장에서 앞으로 나에게 아기가 생긴다면 내가 사랑하는 저 남자의 아이일텐데, 아픔은 나만 느낀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짜증이 나고 그것을 이제 남자에게 푸는 것이거든요. 다시 얘기를 하자면, 자궁에서 피가 나니까 아픈건데, 아플때 여자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이 자궁이 내 자궁이냐. 니 몸속에 있지는 않지만 네 것이기도 하지 않느냐. 이 아픔에 대한 너의 책임도 있다. 그러니까 짜증내도 니가 참아라. ' 그래서 짜증으로 표현되는 거구요. 생리할 때만되면 여자친구가 도가 지나친 짜증을 낸다 라는 건, 여자친구가 '자신의 자궁을 나에게 양도 했다. 개인 명의에서 공동명의로 변경했다.'고 생각 하면 되고, 그것은 곧 '성관계를 동의한다.'라고 생각 하시면 됩니다.

패널 : 아하. 어떤 여자가 생리때만 되면 말도 안되는 일로 나에게 트집을 잡아가면서 짜증을 낸다면, 그 짜증을 일단 다 받아주고...

쿠선생 : 그렇죠. 일단 다 받아주는 게 중요하죠. 어차피 생리기간에는 성관계를 할 수도 없으니, 낮져밤이 전략으로 일단 내가 이번엔 져주겠다. 그리고 그 기간이 끝나고 괜찮아지면 며칠 후에 날 잡아서 밤에 술 한잔 하자. 이런 매커니즘으로 일을 진행하면 아주 매끄럽게 젠틀한 방법으로 하룻밤을 보낼 수가 있는거죠.

패널 : 그렇게 또 한 명의 유부남이 생기게 되었다는... 약간 표현을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같아요. 어떤 여성과 업무적인 측면에서 트러블이 생겼는데, 그것을 어떤 성적인 사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쿠선생 : 네, 그렇다면 이상하게 나에게 징징대는 여성이 있다 계속 밑도 끝도 없이 나에게 무언갈 요구한다. 근데 그 요구하는 것도 명확하지가 않다. 그냥 무조건 뭔갈 해주기 바란다. 이런 여성이 주변에 있다면 그 여성은 나에게 무조건 호감이 있는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자는 그 사람에게 말도 꺼내지 않고 도와달라고 말하지도 않거든요.

패널 : 그렇군요. 그저 자립심없는 여자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나에대한 호감의 신호일 줄이야.

쿠선생 : 하하. 혹시 스쳐지나가는 얼굴들이 있으신가요? 방금전에 잠깐 유부남되는 거 아닙니까 하셨는데, 결혼식과 생리통과의 관계에 대해서 또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패널 : 생리통과 결혼식이요? 혹시 생리 날짜와 결혼식이 겹치는 문제를 다루려고 하시는 건가요? 주변에 보면 결혼식날과 생리가 겹친다 하면 피임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한다던가 산부인과에 방문하여 주사를 맞아서 기간을 조정한다 이렇게 알고 있거든요. 그것도 아니면 제가 아는 어떤 부부는 아예 결혼식 앞두고 그냥 아기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한 8주 정도 되는 아기를 가진 채로 식장에 들어갔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쿠선생 : 오호. 그것 참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2세 계획을 결혼과 동시에 하고 있는 커플들에게는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임신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아요. 애가 잘 안생깁니다. 결혼 준비를 한다는 게 신경쓸 일도 엄청 많아서, 여자에게 있어서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거든요.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고. 스드메 라고 해서 스튜디오 사진도 찍어야지 드레스 골라야지, 메이크업 받고 머리도 해야지. 손이 안가는 게 없고, 그래서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여자의 체력은 바닥을 찍습니다. 그래서 생리 주기가 들쭉날쭉 해지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 날에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패널 : 그렇죠. 결혼식 준비 진짜 힘듭니다. 준비 하다가 파혼하는 경우도 봤어요. 근데, 기적과 같은 일이 도대체 뭔가요?

쿠선생 : 놀랍게도 신부가 생리통 때문에 결혼식장에서 쓰러지는 일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혼식 날은 여자의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하고 가장 행복한 날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힘든 와중에도 본식이 시작되기 전후 두어시간 남짓. 신부는 환한 미소로 하객들을 맞이 할 수 있는 거구요. 결혼식날 만큼은 아무리 평소 생리통이 심했던 여자라 하더라도, 끝내 이겨내고 맙니다. 물론 중요한 날인 만큼 생리 기간이 겹칠 것같으면 미리 대비를 해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수능이나 직장면접과 같은 굵직굵직한 삶의 중요한 사건들과 겹쳤던 생리와 결혼식이라는 이벤트와 겹친 생리를 비교해보면 비교적 결혼식은 생리통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이야기 하는 여자는 거의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패널 :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생리통 때문에 수능을 망쳤어요. 면접을 망쳤어요. 이런 이야기는 심심치않게 들려도 생리통 때문에 결혼식을 망쳤어요. 이런 이야기는 못들어본 것같습니다.

쿠선생 : 바로 그것입니다. 여자로서의 행복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사람은 생리통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잘 나가는 여자아이돌은 생리통에서 자유롭죠.

패널 : 아, 그게 그렇게 이어지나요? 여자아이돌 가수들이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할 때, 저 애들은 생리 안하나? 이런 생각 아무나 할 수 없는 생각인데, 쿠선생은 그 어려운 것을 하셨군요. 엄지 척입니다. 이 분야의 권위자 맞네요.

쿠선생 :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인기 여자아이돌 중 생리통을 호소하는 여자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는 여자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디가서 예쁘다는 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은 월경에 대한 통증을 드라마틱하게 줄여줍니다. 여자라서 행복하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 이치로 자신의 여성성을 한 껏 뽐내는 여성 뷰티유튜버들은 생리통을 심하게 앓지 않습니다.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 행복감이 생리통을 이겨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여자로서의 베네핏을 잘 활용해서 살고 있는 사람은 생리통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의 제목을 '여자라서 행복하신가요?'로 지은 것이지요.

패널 : 여자로서의 베네핏을 만끽하며 살아라! 이것이네요. 그렇다면 쿠선생이 생각하는 여자로서의 최고 베네핏을 누리고 사는 사람은 누구 일까요? 여배우? 스튜어디스? 모델? 그것도 아니면 영부인?

쿠선생 : 제가 생각하는 여자로서의 최고의 베네핏을 누리는 사람은 바로 엄마들 입니다. 여자로 태어난 사람의 최고의 베네핏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당연하게도 '임신과 출산'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죠.  자신의 아이를 보며 엄마들은 '작고 소중한 나의 아이를 위하여 내가 그동안 한달에 한번씩 피를 쏟아가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은 생리통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생리적 해부학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여성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이유로 인해서, 아이가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생리통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패널 : 오 마지막은 아주 감동적인 멘트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는 군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생리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무엇이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쿠선생 : 생리통은 여자로 태어난 행복을 누리지 못한 이의 아픔이다.

패널 : 크... 정말 멋진 말입니다. 생리통 때문에 고생이 많으십니까? 이제 당연한 물음을 자신에게 해볼 때가 온 것같습니다. 나는 내가 여자인 것에 대해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가. 라고 말이죠.

쿠선생 : 네 오늘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죠. 모두 다음시간에 봐요. 안녕~


이전 06화 공대생 아름이는 생리통이 없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