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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선생 Oct 15. 2023

리벤지 포르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절대 인정하지 마십시오. 야동을 지인과 매칭하는 건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쿠선생: 날이면 날마다 화제가 되는 만담 쿠선생의 대중심리연구소! 오늘도 화려한 막을 올리겠습니다!


패널 : 오늘도 잘부탁드립니다. 성칼럼리스트 쿠선생씨!

쿠선생 : 네. 안녕하세요.

패널 : 혹시 지난 밤 귓가가 간질간질 하지 않으셨나요?

쿠선생 : 가려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패널 : 네...저희 방송에서 저출산과 페미니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다루면서 큰 화제가 되었지요.

쿠선생 : 약간의 오해도 있는 것같아서 조금 속상합니다.

패널 : 그건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정진해야합니다. 악플도 관심이거든요. 예전에 파워 블로거 한 분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이 그러셨어요. 블로그 조회수를 폭발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아이돌 가수를 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래 너무 못한다. 춤 추는 것이 별로다. 못생겼다. 이런 게시글을 올리라고 했어요.

쿠선생 : 어그로를 끌라는 말씀이시군요.

패널 : 그렇지요. 아이돌 팬덤이 또 끝장나거든요. 이번에  그런 댓글이 올라온 것을 보니, 갑자기 그 어그로로 조회수를 올리는 방법이 생각 났네요. 어쨌든 화제의 중심이 되려는 저희의 목적은 달성이 되었고, 이제 좋은 정보를 통하여 만회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어떤 좋은 이야기를 해주실 건가요. 쿠선생씨?

쿠선생 : 오늘 가져온 주제는 바로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대처방법 입니다.

패널 : 리벤지 포르노요? 그 이전에 비호감 컨셉으로 유명했던,  연예인 A씨의 과거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사과 기자회견까지 했던 사건이 생각이 나는군요.

쿠선생 : 지금 굉장히 위험한 발언을 하셨습니다. A씨의 과거 동영상이라고 하셨나요?

패널 : 네... 그렇습니다만...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위험하다니요. 제 발언이 위험한가요?

쿠선생 : 당연하죠. 어떤 여성의 동영상이 유출 되었는데, 그것이 A씨라고 특정지으셨잖아요. 그거 명예훼손 입니다.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되구요.


패널 : 아... 당사자의 실명을 거론 하는 것이 명예훼손 죄에 해당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위사실 유포죄라뇨... 제가 그 동영상 원본을 입수해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영상 속에서 A씨가 본인의 실명을 거론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쿠선생 : 영상 속 여인이 본인이 내가 A다 라고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A씨가 되는 건 가요? 사칭을 하는 건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하시는 이야기는 제가 지금 제 소개를 오늘부터 제 이름은 데이빗 베컴 입니다. 이야기 한다면 저는 이제 데이빗 베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입니다.

패널 : 하려는 얘기가 뭔지 느낌이 오기는 하는데, 확 와닿진 않네요. 계속해보시죠.

쿠선생 : 영상 속 그 여인이 A씨다 이렇게 판단 하셨는데, 그 판단에 자신 있냐고 묻는 겁니다.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패널 : 그렇게까지 이야기 한다면 뭔가 한발자국 물러 설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A씨도 인정을 했거든요. 기자회견을 통해서 말이죠. 본인의 영상이었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까지 했어요.

쿠선생 : 그것이 A씨의 가장 뼈아픈 실책입니다. 이런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일을 여성이 겪게되었을 때, 가장 하면 안되는 행위가 뭔지 아세요? 바로 그 동영상의 주인공이 본인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패널 : 인정을 하지 않는다면 ... 발뺌을 하라는 말인가요. 모르쇠로 일관하라?

쿠선생 : 모른체 할 뿐만 아니라, 그 동영상과 자신을 연관짓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된다 하는 이야기 입니다.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허위사실 유포 죄를 씌우라는 거죠. 주사위가 던져졌으니 루비콘 강을 건너 칼을 빼서 휘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살길이고, 그러지 못한다면 본인이 죽습니다. 영상속 여인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싹다 쳐내야 내가 살아요. 그얘기 들어보셨죠. 물은 99도씨에서 끓지 않는다고. 아무리 수많은 증거들이 동영상의 주인공이 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도 내가 아니라고 하면 그건 아닌겁니다.

패널 : A씨의 기자 회견후에 동정여론이 일면서 리벤지 포르노 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쿠선생 :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한 동양권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평판인데,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이 가해자 평판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 피해자의 평판을 보호해주진 않습니다.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은 예방적인 대책일 뿐입니다. 피해자를 조금은 위로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죠. 피해자의 평판. 그것을 지키는 데 목숨 걸어야죠.

패널 : 일종의 블러핑을 하라는 말씀이신 것같은데, 이렇게 우긴다고 사법부에서 눈감아줄까요?

쿠선생 : 논란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판사가 '내가 보니까 그 동영상의 주인공이 너 맞더라.' 이렇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동영상의 주인공과 일치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특정 인물로 한정할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 할 확률이 높죠.

패널 : 그렇게 되면 허위사실 유포죄가 성립될 수도 있겠네요. 특정할 수 없는 것을 사실 인 것 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죄가 맞을 것같네요. 영화 타짜에서 이런 표현이 있었죠.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보지 마라. 이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쿠선생 : 네 그렇습니다. 판사도 특정할 수 없는 것을 도대체 어떤 간 큰 인간이 특정지을 수 있겠습니까.

패널 : 하지만 그것은 진실을 밝히는 행위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네요.

쿠선생 : 어떤 것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은 기자의 역할 이구요. 판사는 대한민국의 정의를 구현해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거리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패널 : 대한민국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쿠선생 :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 실수가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사회는 그 실수를 눈감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패널 : 누군가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정의라는게 와닿지는 않네요.

쿠선생 :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 줘야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라구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법이 존재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패널 : 이런 리벤지 포르노 기사에 꼭 서두에 나오는 것이 '지인에게 나와 전남친과의 성관계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라는 문구인데, 그러면 지인이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안되는 거였네요. 그 동영상의 인물을 나로 특정하면 안되고,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니까요.

쿠선생 :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그런 뉘양스로 네가 어떤 포르노 영상에 나왔더라 라고 이야기 하다면,  그냥 정색을 하고 이야기 하는 거죠. "너 야동보니? 난 야동 안본다. 보는 거가지고 뭐라고는 안하겠는데, 그냥 봤으면 조용히봐. 누구랑 매칭하려 하지말고, 그거 범죄야." 이렇게 이야기 하면 됩니다.

패널 : 일반인 분들이나 기자들이 그런걸 모르는 것같아요. 누군가와 연관짓는 것이 범죄라는 거를요. 지금 이순간 야한 동영상을 보고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쿠선생씨가 이야기 합니다. 욕정에 못이겨 이성의 헐벗은 몸을 찾아봤으면 몸만 보세요.얼굴을 찾지 마시구요! 그것은 범죄입니다!

쿠선생 :  엇... 방금 그 발언은 분명 패널님이 하셨는데... 어쨌든 만약에 리벤지 포르노 혹은 기타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계신분들 저에게 연락 주시면 언제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패널 : 어려움의 처하신 분이나 그 지인분들 중 이 만담을 보고계신 분들은 적극적으로 이 만담을 알리셔서, 쿠선생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쿠선생 : 고다이버 부인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옛날 영국에, 리어프릭이라는 백작이 있었습니다. 그 백작은 당시 자신의 영지에 있던 농민들을 혹독하게 착취해 세금을 걷는 등 가혹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는데요. 그 백작의 부인되는 레이디 고다이버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정책 때문에 나날이 죽어가는 농민들을 불쌍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어느날 고다이버 부인은 남편에게 "농민들의 무거운 세금 부담을 줄여 주세요"라고 리어프릭 백작에게 이야기 합니다. 리어프릭 백작은 고다이버 부인의 의견을 한 귀로 흘리며, 계속해서 농민들을 탄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다이버 부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간청했습니다. 그것이 불쾌해진 리어프릭 백작은 고다이버 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만약 네가 나체로 말을 타고 나의 영지를 한 바퀴 돈다면 세금 감면을 고려하겠다."고 말이죠. 당시 그녀의 나이는 겨우 16세 정도였습니다. 알몸으로 16세의 여성이 마을 한 바퀴를 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가톨릭 종교관이 통치 이념었던 11세기 당시에 신분 높고 신앙심 깊은 귀족 부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는데요. 하지만 고다이버 부인은 고심 끝에 농민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합니다. 지체 높은 영주의 부인이 자기들을 위해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곧 영지 전역에 퍼지게 되었고, 감동한 영지의 농민들은 누구도 그녀의 몸을 보지 않기로 맹세했다고 하죠. 영지 한 바퀴를 돈다고 한 약속한 날이 되었고, 고다이버 부인은 정말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직 머리카락으로만 몸을 살짝 가린 채 말을 타고 영지를 돌았고, 농민들은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친 채, 부인의 행진이 끝나기를 기도했다고 해요.

패널 :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 지만... 뭘 이야기 하고 싶으신거죠?

쿠선생 : 고귀한 백작 부인 이든, 비호감 여자 연예인이든, 혹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든 벌거벗고 있으면 눈을 감고 보지 않도록 노력해줘야 한다는 거에요. 한 인간의 치부를 알려고 하지 않고 보려고 하지 않고 들추지 않아야 하는 것이 거든요.

패널 : 하지만 그런 사람은 드물죠.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쿠선생 :  고다이버 부인의 일화에서도 톰이라는 양복점 직원이 몰래 커튼을 걷고 그녀의 몸을 훔쳐보려 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때 강한 햇빛이 톰의 눈을 강타하면서 장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다른 사람을 엿보는 호색한을 가리켜 'Peeping Tom(피핑 톰, 엿보는 톰)'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지금은 관음증 환자나 관음증 자체를 가리키는 명사로 정착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 피팅 톰들이 너무 많습니다. 영상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들, 영상을 공유하고 유포하는 사람들, 그리고 피해자에게 굳이나 그런 동영상이 있다고 알려주는 사람들 모두 피팅 톰이라고 생각합니다.

패널 : 내가 나오는 어떤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알아야 되지 않을까요? 알려주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요.지우든 어떻게 하든 대처를 해야하니까요.

쿠선생 : 알게되는 순간 지옥에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텐데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포르노는 하루에도 수십편씩 쏟아집니다. 시간이 지다면 다 묻히기 마련이죠. 그냥 모두가 다 모르는 척 해준다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패널 : 그러네요. 이번에 이슈가된 그 리벤지 포르노 사건에서도 국가차원에서 관련 기사에 엠바고를 걸어서 해당 여성을 좀 보호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쿠선생 : 바로 그것이죠. 그게 나라입니다.

패널 :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모두 쿠선생씨의 말에 동의를 하시나요?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하루가 바로 오늘이 될 것같습니다. 지금까지 쿠선생의 대중문화심리연구소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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