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클래스가 있는 비행에서는 반드시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라빅 커피입니다.
아라빅 커피는 카다몬, 시나몬, 샤프론 등이 첨가되어 향내가 진하게 나고, 원두를 간 것과 약간의 생강이 들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부드러운 커피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오히려 커피라기보다 차에 가깝다고도 하지만, 저는 차도 아니고 커피도 아닌 그저 제 입맛에 맞지 않는 따뜻한 음료 같습니다. 향긋하게 올라오는 차와는 다른 아라빅 커피만의 아우라가 묻어나기 때문이죠.
아라빅커피를 만들 때부터도 올라오는 그 특이한 향내에 아직도 어떻게 이걸 마시는가 싶습니다. 습관이란 게 중요한 지 어려서부터 마셔온 사람들은 달달한 대추와 한 모금하는 아라빅 커피가 제 맛인가봅니다. 아라빅 커피를 제공하면서 대추야자를 같이 제공해드리거든요.
크루라운지에서 대기하는 동안 간단한 음료가 제공되었고 따뜻한 차와 커피에 빠지지 않는 게 있으니 바로 달달한 디저트, 폭신하게 들어가는 시럽이 살짝 올려진 빵, 피스타치오를 얹어 낸 쿠키, 모양과 종류가 각양각색입니다.
무엇보다 제 눈과 입맛을 사로 잡은 건 동그란 빵 안에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놓은 디저트, 주황색의 연어, 녹색의 피스타치오 치즈 크림, 붉은 색의 게 살에 견과류 한 알 올라가는 건 기본입니다. 피스타치오 크림 치즈는 느끼하기도 한데 꽤 먹은 것 같습니다. 음식에 있어 식감 뿐 아니라 음식의 색상도 중요한가 봅니다.
베이루트 비행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과일 바구니에 있습니다. 베이루트 비행에는 과일 바구니가 실리는데, 흔히 마켓에서 볼 수 있는 바나나, 사과, 포도 이 정도에 유독 자줏빛 과일이 추가되니 바로 자두입니다.
해가 잘 들고 날씨의 혜택을 받은 나라라서 과일의 맛과 향이 한국과 비슷합니다. 한국의 과일만큼 당도와 맛이 좋은 곳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한국과 비교되는 과일이라는 건 최상의 표현이자, 베이루트의 땅이 좋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체리 한 알 먹어보고 그 달달함에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다른 동료들에게도 먹어보라고 권유하니 이내 체리는 동이 나고, 자두 하나에서 얻은 힌트로 체리의 진가를 먼저 발견해낸 게 뿌듯합니다. 체리 외에도 유독 붉은 과일은 그 모양새 대로 시큼하면 시큼한대로, 달달하면 단맛 그대로 보여주니 이 곳에 살다보면 미각도 자동 업그레이드 되겠는데요.
공항 밖으로 보이는 풍경, 체류지가 아니라 이렇게 맛보기로 사진에 담고 다시 도하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게 아쉬운 건지, 다행인건지.
베이루트라는 도시에 대한 기대가 커집니다. 턴 어라운드 비행에서 이런 기대를 갖는게 꽤 드문 경우는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