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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Oct 16. 2021

승무원 힘든점ㅣ슬럼프

외국항공사 승무원의 타지생활

 불만이 스멀 올라오는 요즘, 인도방짝은 방에 있고 밤미 비행가고 혼자 거실에서 놀다가 방에 들어오니 전화 두통이 와 있다. 전화 걸어보니 퍼포먼스 오피스(performance office)란다. 바로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지난 오사카 비행에서 모로칸 부사무장이 나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쓴다더니 이런 전화로 이어진다. 진실된 충고는 그 사람의 마음에 전달되면 충분한 것을 개별적인 피드백조차 공적으로 확대시킨다. 나는 변호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울리는 전화에 받아보니 무슨 상황인지 묻고 따지지도 않고, 앞으로 잘하라는 코멘트만 언급하며 끊는다.


 3일 스탠바이는 마닐라로 변경되어 있고, 크루 확인하니 체커(checker)도 보인다. 프랑크푸르트는 길지 않은 비행에 체커 타고, 오사카는 비행시간이 길다보니 어세스먼트 있고 또 다시 장거리 비행인 마닐라, 요즘들어 꽤 체커와 자주 비행한다. 대거 프리미엄 크루가 필요한 때, 비경력자는 1년 2개월 만에 승진한다고 하던데, 요즘은 2년 다 채우고 승진 되나보다. 순번이 많이 밀린 듯 싶은데, 2년간 이코노미에서 일만 하는가. 


 기숙사 밖 공사장은 한 달 넘게 몇 만개의 콘크리트를 부수는지ㅋㅋㅋ 새벽부터 귓가에 울리는 소음에 선잠을 깨게 하더니 낮에는 대놓고 귓가를 울린다. 한국에서라면, 생활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소음이라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을텐데, 이곳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음주와 돼지고기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이기에 음주단속이라는 것도 도로에서 흔히 보지 못한 듯 싶은데, 내가 알고 있는 한 카타르는 경찰 없는 작은 정부같다. 외국인이 70프로 되다보니, 카타르라는 사회를 고스란히 느끼기 어려운지 몰라도 1년 가까이 도하에 살면서 경찰을 본 적이 없다.ㅋㅋㅋ 소음은 귀를 쩌렁이는데, 일상생활에 침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풀 신문고 장치는 어디에 있는지.  


 나도 외국인 노동자이지만, 도하라고 불리는 이 곳은 현지인들인 카타리와는 문화며 생활이 분리되어 있는 구조이다. 보통 한 나라에 잠시나마 정착하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습득하는 게 맞는건데, 이 곳은 돈으로 부리는 사람과 부림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인가 싶기도 한다. 새로운 문화권에 융화되는 모습 이전에 저임금 노동자들은 단순 노동으로 돈을 버는 게 우선순위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시간은 잘 간다. 비행하다보니 정신없이 흐른다. 입버릇처럼 남은 비행날도 더 기대되는 곳이고 동경하는 비행 일이기에, 처음 접한 생소한 항공관련 단어들이 비행을 하면서 매일같이 접하며 익숙해진 모습에 뿌듯하니, 불만이 올라와도 그간 수고한 걸 생각하며 어떤 상황이라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요즘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의 떡이 내 떡보다 커 보이는가. 


 그대 힘든가, 행복하지 않은가? 주위를 둘러보라.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잘 나간다고 교만하지 마라.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는 불평을 하는지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지이다. 마음이 힘든 오늘이 그 어느 누군가는 염원하는 하루일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내가 누군가의 삶을 염원하듯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中 


2011년 8월 16일 

8월 13일 카타르 오픈데이가 서울에서 열리는데, 지현이가 외항사 승무원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이상 무슨 말이라도 건네야겠다. 서울은 새벽시간임에도 생생한 오픈데이 현장 소식과 바로 답장이 울린다. 


'지원자가 4.000명?'

수적으로 더 늘어나니 경쟁은 더 치열해 보인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다보니 내가 준비생일 때 한 생각을 그 친구도 똑같이 하고 있다. 


'이 친구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볼 수 있겠구나'


그 희미한 느낌이 다가온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어도 지금의 오기와 다짐이 빛나 보이고 꿈이 절실해 보인다. 그렇게 꿈을 꾸고 있는 동생에게 나는 눈치없게 지금의 상황을 투덜거리고 있다.


 "이 곳에 오더라도 기대하는 것만큼 같지는 않을 거야." 


 "나도 준비생일 때는 네가 느낀대로 기대해 본 거 같아."


 "도하에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낄거야."


 이번만 힘들다고 느낀 건 아닌 거 같다. 전에도 혹은 이 전에도 잠시나마 슬럼프가 올 때랑 지금이 다른 건, 마음가짐의 차이라는 거다. 서울에서 준비할 때도 지금 도하에서도 혼자이다. 혼자라는 상황은 달라진 건 없지만, 지금은 그렇게 원하는 비행 일을 하고 있고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이 도하라는 곳이다. 그렇게 나를 위로하며 카타르 승무원이라 다행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며 시간을 이어오는데, 그녀는 나의 다른 모습을 기억해준다.  


 "늘 투덜투덜 거리는 크루들도 있는 거 알지만, 그럼에도 언니는 그래 보이지 않던데요?"

 나 지금 이렇게 투덜거리고 있는데, 준비하면서 마음 고생하고 있을 이 동생이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있다. 그녀가 기억하는 내 모습으로 돌아가 힘을 줘야겠다. 지난 나를 다시 떠올려 볼 수 있게 기억해줘서 고마워.  


 3일 스탠바이 어떤 스케줄을 받든 초심으로 돌아가 비행 할거고, 휴가 가야 하는 날 랜딩이 늦어져 계획한 날 한국을 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초조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을거다. 승무원이 공통분모로 지현이를 다시 알게되어 다행이고, 비행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날이 다가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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