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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Oct 16. 2021

비행ㅣ생명체만 탑승 가능

비행규정

비행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것도 도하의 시간을 보내는 일부가 된다. 오프가 맞는 친구끼리 그간의 비행 에피소드를 서로 얘기하고 있으면 겉으로 아무일 없어 보이는데 생각보다 별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d i v e r t

이제 막 휴가 다녀온 크루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하-인천으로 오는 비행이 중국에서 회항했단다. 기내에 이란 아이가 질식사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아이에게 음식을 먹인 뒤 소화를 제대로 도와야 했는데, 목에 음식물이 걸린건지 몇 분도 안되는 시간 안에 아이는 기내에서 즉사했고, 기내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만 탑승한다는 기내 규정에 따라, 중국으로 회항해서 아이를 짐이 실리는 카고(cargo)에 싣고 인천으로 왔다고 했다.  


f a k i n g

나를 소름끼치게 한 또 다른 에피소드는 죽은 아들을 휠체어 승객으로 위장한 일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죽은 걸 알면서도 고국으로 돌아가는 비행에 부모 자신들의 옆좌석에 그 죽은 아들을 태우려고 했단다. 카고(cargo)에 아들을 두고 싶지 않은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를 해야하는지, 크루와 승객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지 캐빈크루 입장에서 답은 분명하기에 안타까운 마음만 밀려온다.  


카타르 항공 규정상, 휠체어 승객은 제일 먼저 보딩하고 제일 나중 내리게 된다. 보통 휠체어 손님이 탑승하면 캐빈크루는 승객의 지정좌석까지 안내하거나 짐을 들어주거나 한다. 좌석에 도착했는데도 승객이 반응이 없자 맥박을 확인하고 난 뒤 살아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지만, 무모하기까지 한 부모의 마음이 왜곡되어 보일 수도 있을 듯 했다. 



 상공 4만 피트가 넘어가는 기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서비스의 문제를 넘어서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풀어놓다보니 그동안 내가 했던 비행에서 생사를 운운할 만큼은 에피소드는 없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God bless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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