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게 아닐까.
주변 사람들이 종종 사랑을 묻는다.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되었네." 쑥스러워 웃다가 늘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일기장을 꺼내 내가 아는 사랑의 단어와 경험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작은 배려] 늘 나를 생각하고 신경 쓰는 세심한 행동. [충실함] 흘려보낸 말을 기억해 주었을 때, 두물머리 아카시아 나무와 커다란 나무 아래 돗자리 깔고 누워있기. [고마움] 아침 일찍 일어나 너의 동네에서 중고거래한 에어컨을 들고 91개의 계단을 올라와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땀을 뻘뻘 흘리면서 괜찮다고 말할 때, 그 부지런한 정성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안정감] 일상을 기쁘게 만들어 주는 너는 늘 마음을 쓰고 있지만 조급하지 않아서 안심이 된다.
사랑이 결핍을 채우고 있었다.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사랑, 과거의 연인에게 받고 싶었던 사랑이었다. 상냥하고 소중한 마음은 나를 동굴에서 꺼내주었다. 커다란 손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줄 때와 까슬까슬한 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때 사랑을 느낀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대사처럼,
이 세상에 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은
너와 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