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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하다 Oct 26. 2024

다시 완벽한 나날

단정한 행복을 찾아서

완벽한 아침 :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연다. 마당의 단풍나무에게 인사하고 날씨를 확인한다. 하늘이 파아란 날이면 부지런히 아침 루틴을 마치고 산책을 나가지만, 비가 와서 여유롭게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오늘의 기분에 어울리는 컵을 고른다. 끓인 물을 절반, 차가운 물을 나중에 부어서 음양탕을 마시고 몸의 균형을 찾는다.

 아침을 위해 단정하게 정리한 단풍나무방 책상에 앉아 모닝페이지 노트를 펼친다. 다른 연필을 꺼낼까 잠깐 고민하다가 오늘도 블랙윙 연필을 손에 쥔다. 만년 달력을 넘기고 노트에 날짜와 시간을 단정하게 적는다. 별거 아닌 이야기를 쓰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3페이지를 채운다. 글씨체로 오늘의 컨디션을 체크한다. 음, 오늘은 선과 선 사이에 글씨를 썼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군!


 완벽한 식사 : 식사를 잘 챙기는 일은 아직 어렵다. 다만 귀찮음이 행동의 원인이 되지 않을 만큼 애쓴다. 혼자 먹을 때는 나에게 가장 좋은 음식을 준비한다. 직접 요리하고 얼굴 있는 친구들은 먹지 않는다. 나와 약속한 규칙을 지키며 제철 채소로 건강한 식탁을 차린다. 식사할 때는 음악을 끄고, 아이폰을 멀리 둔다. 좋아하는 젓가락으로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미루지 않는 것은 나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


 완벽한 저녁 : 매일 반복하는 일상이지만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미묘한 차이를 느끼며 사소한 행복의 기억을 꺼내 기록한다. 기록은 작고 사소한 일을 특별하게 만든다. 참, 저녁에는 빈티지 연필과 갈색 시그노 펜을 쓴다. 내일 아침을 위해 모닝페이지를 펼쳐두고, 책상을 단정하게 정리한다. 잠들기 전에 다솔이와 통화를 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마지막 말은 늘 같다. "사랑해." 사랑으로 하루를 마친다.


 일상을 촘촘하게 기억하고 싶어 일기를 쓴다. 매일 반복하는 일은 단정해서 아름답다. 나를 기쁘게 만드는 작은 것들이 사랑스럽다. 앞집 고양이들,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볕뉘, 쫀득한 여름 구름은 매일 만나도 다른 기쁨을 준다. 작은 것에 충만한 행복을 느낀다. 매일 찾아오는 작지만 찬란한 기쁨을 지금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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