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어 Apr 16. 2023

새 피

울퉁불퉁하고 뾰족했던 시간 위로 마음을 갈며 버텨온 날들이 가득 차

오랜 날

나의 일부가 되었다고

믿었던 살점     


서서히도 아니고

와드득

뜯겨나간 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비어버린 살점 사이로

바람도 불었다가

먼지도 붙었다가

이것저것 대보았다가

다른 것으로 덮어보았다가     


결국 다 밀어 내버리고


울퉁불퉁하고 뾰족했던 시간 위로

마음을 갈며 버텨온 날들이 가득 차

새 살점을 얻었다   


그것은 오롯이 나의 것     


그 위로 미끄덩거리는 것들은

더 이상 그 예전의 틈을 찾을 수 없을 테니

오래 머물지 못할 테니

아프게 하지 못할 테니     


내 안에는 새로운 피가 가득 넘쳐흐른다




이전 12화 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