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이름들

몇 번째 파도 즈음 바다가 이 이름을 또 아주 먼 곳으로 옮겨 놓을까

by 연어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써 내려간다

옅게 올라온 이름이 진해진다


몇 번째 파도 즈음

바다가 이 이름을

아주 먼 곳으로 옮겨 놓을까


마치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해 줄 것처럼

백지의 백사장을 선물하는데

주인 있던 자리 깨끗이 치워 놓고서

그 위에 다른 이름을 옅게 올려놓는데

그럴 때마다 두려움에 아득해지는데


때로 가만히 앉아

저 멀리 수면 위로

떠오르다가도 가라앉는 것들

지켜만 보고

지워진 것들은 내 안에서 쌓여가고


해변 위

새로이 나를 기다리는 이름들


헐어진 손끝으로 애써

꾹꾹 눌러 적어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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