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이름들
몇 번째 파도 즈음 바다가 이 이름을 또 아주 먼 곳으로 옮겨 놓을까
by
연어
Apr 16. 2023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써 내려간다
옅게 올라온 이름이 진해진다
몇 번째 파도 즈음
바다가 이 이름을
또
아주 먼 곳으로 옮겨 놓을까
마치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해 줄 것처럼
백지의 백사장을 선물하는데
주인 있던 자리 깨끗이 치워 놓고서
그 위에 다른 이름
을 옅게 올려놓는데
그럴 때마다 두려움에 아득해지는데
때로 가만히 앉아
저 멀리 수면 위로
떠오르다가도 가라앉는 것들
지켜만 보고
지워진 것들은 내 안에서 쌓여가고
해변 위
새로이 나를 기다리는 이름들
헐어진 손끝으로 애써
꾹꾹 눌러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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