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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4

이븐한 삶

5시 30분 기상, 30분 독서. 6시 20분 줌으로 독서 모임을 하며 와이프 출근 시켜주기. 8시 아이들 등교시켜 주기. 8시 30분 걷기 그리고 글쓰기. 10시 청소, 빨래 등 집안일. 11시 내 점심준비 및 식구들 저녁반찬준비. 12시 독서 그리고 안마의자에서 휴식. 1시 샤워 및 출근준비. 1시 30분 공부방 수업. 7시 퇴근. 7시 30분 반주 겸 저녁식사. 10시 취침.



참 이븐한 삶.



거의 매일 비슷하게 돌아가는 일상. 어느 순간, 따분하게 느껴졌던 일상. 나의 존재감을 의심했던 일상.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법칙 :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한다.

나의 삶에 엔트로피를 극대화시키고 싶은 욕구. 낯선 익숙함에 대한 갈망. 나의 삶을 흩뜨리고 싶은 알지 못할 그 무언가, 뭔가 새로운 삶에 대한 욕망. 그래서 시작한 주식투자와 선물투자.

매 순간순간 주식창을 보게 되는 새로운 삶. 스릴만점의 춤추는 호가창. 수익에 웃고 손실에 울고. 그래도 존버하면 오를 거라는 믿음. 다시 이븐 해진 주식투자. 그래서 더 큰 도파민을 찾아 해외선물투자로. 춤이 아니라 빔을 쏘는 선물호가창.

한 동안 이븐한 내 삶을 스펙터클 하게 만들어 준 투자생활. 결국, 금융사기라는 새드엔딩.

낯선 새로운 삶에 대한 나의 열망은 모두 소진되었다.

다시 돌아온 일상의 삶. 애정이 식어 떠난 장미를 지구별에서 그리워하는 어린 왕자의 마음이 이랬을까. 사랑이 식어 떠난 일상을 그리워했던 나의 마음이 그랬다.



진정한 발견은 낯선 지역을 찾아갈 때가 아니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보이게 된다.



늘 지루했던, 따분했던, 지겨웠던 일상이 낯선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책 속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나의 동맥을 따라 흐르고, 내 옆자리에 마네킹처럼 앉아 있던 와이프와 아이들의 눈동자가 보이고, 걷고 글 쓰는 순간이 가슴 벅차고, 집안일을 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식구들을 위해 저녁반찬을 준비하는 손길에 사랑이 묻어나고, 공부방에 공부하러 오는 아이들의 기다림에 설레었다.

자동차가 천천히 달려야 연비가 높아지 듯, 나의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니, 생각의 양과 질이 몰라보게 좋아지는 것 같다. 속도가 낮을수록 온도가 낮을수록 생각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



담박한 삶.



미래의 두려움과 과거의 후회에 멱살 잡히지 않는 삶.
욕심을 부리지 않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

이것이 내가 지금도 앞으로도 추구해야 할 아니, 추구해야만 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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