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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6

같은 사실 다른 기억

모든 사람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있어서, 기브 앤 테이크의 공식이 있는 것 같다.

상처는 준 사람이 아닌 받은 사람이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치유도 베푼 사람보다 받은 사람이 더 분명하게 기억한다.

이용한 사람보다 이용당한 사람이 더 잘 기억한다.

깨달음과 앎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이 더 잘 기억한다.

빌려 준 돈은 받은 사람보다 준 사람이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도 받은 자식보다 준 부모가 더 적확하게 기억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기억은 그 매개체에 따라 다르다.

얼마 전, 엄마랑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엄마가 와이프와의 관계를 물어왔다.

"와이프랑은 별일 없지? 네가 와이프랑 잘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그 순간, 나는 뭐가 베베 꼬였는지,

"엄마, 아빠가 하도 많이 싸워서, 나는 그렇게 살기가 싫었어. 그래서 더 의도적으로 미소 짓고 친절하게 말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해서 그래."

엄마 왈

"우리가 그렇게 많이 싸웠나? 그렇게 많이 안 싸운 것 같은데... 어느 집이나 다 똑같지 않나."

"그래도 가정형편이 안 좋았어도 용돈도 넉넉히 주고 먹고 싶은 거 다 해 줬잖아."

엄마는 자신이 준 상처보다 사랑을 더 크게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의 오류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협한 존재니까.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남편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성인 된 후, 아빠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와이프가 나를 사랑받을만한 남편으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살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삶의 순간순간마다 경청해 주었고, 친절한 말투로 얘기해 주었던 러블리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들들은 나를 자랑스러운 최고의 아빠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냥, 함께 있어도 편안했던 아빠, 지적보다는 인정과 칭찬을 많이 해주었던 아빠,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내가 추구하는 꿈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었던 아빠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지금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 지금 나의 말과 행동은 나에 대한 그 사람의 기억의 씨앗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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