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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7

나만의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음식을 흘리고 먹는 둘째 아들.

사과수확을 위해 장수를 가다 들린 휴게소. 가장 힘든 먹거리 선택의 순간. 둘째의 픽은 후라이드 닭꼬치. 치킨 소스를 온몸에 두른 닭꼬치가 참 먹음직스럽다.

둘째는 호호 불어가며 열심히 먹는다. 잠시 후, 둘째의 얼굴, 손 그리고 바지에는 소스가 무늬가 되어 춤을 추고 있고, 닭꼬치를 놓을 수 있는 종이 받침대는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니. 바람이 부는데 손으로 받침대를 잡고 먹어야 될 거 아니야.'

'벌써 5학년인데. 이렇게 흘리고 먹을 수가 있나.'

'나는 어릴 때, 안 그랬던 거 같은데, 누굴 닮았을까.'

'어른이 되어서도 질질 흘리고 먹는 건 아닐까.'

별별혜윰에 잔소리가 일발장전된다.

마음의 손으로 내 입을 막으며 겨우 참았다.

'그래. 조금 흘리고 먹을 수 있지. 그래도 예전보다는 덜 흘리고 먹잖아. 건강하면 됐지. 점점 나아지고 있잖아.'

나는 둘째가 꼬치를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닭이 꽂혀있는 뾰족한 나무를 손으로 부러뜨려 주었다.

요즘은 이런 여유가 생겼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현재의 어설픈 모습을 베이스로 미래를 예측한다. 이것이 잔소리의 근원이다. 나는 의식적으로 지금 당장의 불완전하고 미숙한 모습에 집중하는 대신, 미래의 더 나아진 모습에 집중하려 한다.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의 글은 엉성하고 미숙하다. 그래서 글쓰기가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글에 나만의 색을 계속해서 덧칠을 하면, 언젠가는 원색의 진한고 밝은 빛이 되리라는 희망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순간순간의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누군가 못마땅해하고 틀리다고 해도 내가 맞다면, 맞는 것이다. 단, 나와 너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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