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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9

뻐꾸기 사랑

오늘도 뻐꾸기는 개개비의 둥지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자기 새끼를 사랑스럽게 응시한다.

개개비는 자기 새끼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먹이를 물어다 뻐꾸기 새끼의 입에 넣어준다.

모든 개개비 새끼들을 엄청난 체급차로 밀어내고 뻐꾸기 새끼는 따박따박 먹이를 받아먹는다.

뻐꾸기 엄마, 아빠는 근처 가지에 앉아, 울고 있다.

우리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 나중에 다 커서 엄마, 아빠를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며 울고 있다.

부모로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새가 뻐꾸기이다.

내가 낳은 알을 다른 새가 부화시켜서 내가 아닌, 다른 새가 내 새끼를 키우게 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학시절부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던 친한 형.

무슨 일이든 말하면 곧바로 실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형.

그런 형이 형수를 만나 결혼한 지, 16년 차.
토끼 같은 아들 딸을 낳고 포항에서 잘 시는 줄 알았는데.

혼자만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했던 형. 7년여의 기간 동안 목양실에서 기거하며,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던 형.


7년 동안의 자유로운 삶을 영위한 형의 얘기를 듣고, 아빠와 남편의 입장에 있는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새벽에 와이프 출근시켜주고, 아침에 아이들 등교시켜주고, 청소와 빨래 그리고 저녁준비까지 하는 나의 삶에 대해 형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현대판 노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결국, 형에게 돌아온 것은 무너진 건강과 이혼통보 그리고 자식들의 차가운 눈초리.

"아빠가 있으면, 너무 불편해요. 차라리 집에 안 들어오시는 게 좋아요." 남매가 이구동성으로 던지는 칼날.

이 칼날은 형의 가슴에 꽂혔고, 굳게 박혀 파르르 떨었다.

뻐꾸기 아빠에서 개개비 아빠로 환골탈태한 지, 6개월.

형은 가족과 함께 자유를 누리며, 셋째를 계획하고 있다. 혼자만의 자유가 최고의 자유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했다. 나의 자유를 내려놓으니 더 큰 자유를 누린다고 했다.

그동안 자유는 풍요로웠지만, 마음은 빈곤했다고 다. 이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거룩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했다. 거룩한 부담감은 가족의 사랑이라는 선물로 형에게 되돌아왔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까지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 결코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아닌 것 같다.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누리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 것 같다.

나로서 누리는 자유와 부모로서 가족과 함께 누려야 하는 자유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은 마치, 마라톤 선수가 골인지점으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것처럼, 부모로서 우리가 오랜 시간 추구해야 될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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