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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3

내 안에 어린 왕자를 바라보며

어린 왕자가 수수께끼라면, 인간의 대지는 수수께끼 해설집.
인간의 대지를 읽었다면, 숨도 쉬지 말고 어린 왕자를 다른 누군가와 함께 음미해라. 글은 밥이 되고, 대화는 반찬이 되어, 진수성찬을 누리리라.

누구나 모든 사람은 어린 왕자였다. 누구나 가슴속에 장미꽃이 있었다. 그 장미꽃을 꺾으면 안 되었다. 사람마다 마음에 있는 장미꽃을 먹어버리는 양에게 목줄을 채우고 입마개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삶이라는 양은 나를 속이고 내 마음속에 있는 장미를 먹어치웠다.

나는 또다시 장미꽃 씨앗을 심는다. 삶이 또 나를 속일지라도.

나는 과연 아들들의 장미꽃을 꺾는 아빠인가? 함께 기르는 아빠인가?

나는 사람들의 장미꽃을 꺾는 사람인가? 물을 주는 사람인가?

어린 왕자는 생텍쥐베리, 사막에서 그에게 물을 준 생명의 은인 그리고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장미꽃 안에는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오롯이 들어있다.

내가 길들인 모든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람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충조평판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고, 자세히 바라보고, 오래 바라보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 흔하디 흔한 물이 그렇다. 너무나 쉽게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사막의 한가운데 표류한 사람에게 있어서 세상 어떤 산해진미보다 맛있는 것이 물이다.

생텍쥐베리가 글쓰기, 비행기조종, 그림, 발명 등 다방면에 재능을 보인 이유 중 하나는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가 아닐까? 아버지인 내가 아빠로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어서야...'


우물은 나의 꿈과 희망. 삶이 그대의 발목을 잡을지라도 꿋꿋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삶. 내 안의 어딘가에 숨어있는 우물을 찾아 두레박을 내리고, 한 땀 한 땀 줄을 잡아당겨 내 속에 갈증으로 쩍쩍 갈라진 마음을 적시는 것이야말로 현존하는 삶.



'만약, 네가 예를 들어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겠지.'



기다림에 대한 설렘의 시간은 아름답다.

첫사랑, 첫 데이트, 첫 출산, 첫 만남. 첫 이라는 단어는 설렘 그 자체.

사랑한다라는 것은 길들이고 받아 주고 또 길들여지는 받아 내는 힘들고 지치지만 꼭 겪어야만 하는 그 무엇을 의미한다.


사랑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을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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