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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by 선한영향력 이학주
Nov 23. 2024
죽어도 약한 모습은 보이기 싫은 엄마.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엄마
자존감이 끝도 없이 낮은 엄마
알다가도 모를 엄마
자기 주관이 아닌, 타인의 말을 듣고 하지 말란 것도 하란 것도 많았던 엄마
나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족한 사람으로 각인시킨 엄마
나도 그런 줄 알고 사람들의 도움을 갈구했던 나.
암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하면서, 자식한테 부담 줄까 봐 검사도 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엄마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엄마. 그러면서 아는 권사님이 드시는 여러 가지 영양제 주문을 부탁하는 엄마
뭘 몰라도 내 탓, 뭐가 잘 안돼도 내 탓, 자신의 외로움도 내 탓, 형제자매가 없는 것에 한탄하는 엄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바꾸려고 안쓰럽고 답답하게 매달리는 엄마
너도 내 나이가 되면 다 알게 될 거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하는 엄마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자신이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자잘한 선한 거짓말도 서슴없이 하는 엄마.
엄마를 만나기 전부터 내 마음은 검은색으로 물들어간다.
자신 없는 모습에 강한 척하는 모습에 나에 대한 아쉬움을 진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진솔하지 않은 모습에 내 마음에는 돌덩이가 쌓여간다.
뭐든 내 탓을 하는 엄마를 보며, 나의 울화통에 거센 파도가 철썩철썩 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엄마
나를 위해 목숨도 서슴없이 내어 놓을 엄마
나는 엄마에게 어떤 존재인가.
떨어져 있으면 애틋하고 함께 있으면 마음을 콕 콕 찌르는 엄마
자식은 부모에게 받은 은혜와 상처로 인해 양가감정이 공존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나를 낳아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워 준 은혜에 대한 감사함으로 애틋하고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나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신이 기분 나쁘다고 나를 억울하게 한 상처를 생각하면 미워진다.
80을 눈앞에 두고 있는 엄마
초기 치매진단을 받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약해진 엄마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미래의 내가 덜 후회하도록 오늘도 나는 심호흡을 하고 수화기를 든다.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