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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14

습관은 나의 힘

그 사람은 그 사람 습관의 총합이다.

습관은 세 가지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뭔가의 좋지 못한 것을 안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하는 좋은 습관, 그냥 내 본능대로 살아서 만들어진 나쁜 습관, 나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좋은 습관.

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내가 뭔가를 길들이기도 하고 길들여지기도 하는 것이다.


좋은 습관도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접착성이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 좋은 습관은 강력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딱 들러붙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 좋은 습관은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듯 달랑달랑거리기도 한다.

좋은 습관이 나를 저절로 길들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 길들이기 위한 습관은 좋은 습관이며 대가가 따른다.

달콤한 아침잠을 이겨내야 되고, 널브러지고 싶은 육신을 일으켜 세워야 하고, 침샘 터지는 음식을 보고도 못 본체 해야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 피우는 담배연기를 보며 뒷골이 찌릿찌릿해야 하고,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는 사람을 보며 입맛만 다셔야 된다.

'한 번뿐인 인생,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면 안 될까.'라는 악마의 속삭임은 언제나 나를 갈등하게 만든다.

'내일부터 하면 되지. 오늘의 나는 즐기고 내일의 내가 잘해주겠지.'

번번이 쾌락의 유혹과 귀차니즘의 달콤함에 넘어간다. 약하디 약한 인간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이런 나지만, 산책과 글쓰기는 내가 하고 싶어서 그리고 좋아서 하게 된 유이한 루틴이다.

좋은 루틴이 내 삶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꽤 보람되고 꽤 기분 좋은 일이다. 물을 손에 쥐 듯 사라지는 하루 속에 나의 흔적을 남기는 일은 꽤나 매력적이다.

습관의 힘이란 결국, 반복의 힘이다. 하루하루 조금씩 조금씩 힘이 붙어가는 다리와 어제보다 찔끔 늘어난 필력에 혼자만의 미소를 짓는다.

나란 사람을 스케치하고 채색하는데, 산책은 4b 연필이 되고, 글쓰기는 물감이 된다.

길들이고 싶은 또 다른 루틴이 있다. 바로 친절한 말투와 따뜻한 미소.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친절한 말투는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 다리가 되고  따뜻한 미소는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여는 만능키가 된다.

가치 있는 루틴일수록 길들이기 어렵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추구하는 삶이 비행기 본체라면, 루틴은 날개이다.

결국, 날개가 튼튼해야 멀리 높이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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