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현존하는 삶 13

돈이 뭐길래.

30년 지기들과 제철 방어회에 술 한잔 걸치는 운치 있는 가을밤.
건강 얘기, 가족 얘기, 사는 얘기로 술자리에 화기애애한 꽃이 피었다.
그렇게 이어진 다음 술자리
바다고기를 먹었으니, 육고기를 먹으러 자리를 옮겼다.
때깔 고운 육회와 육사시미를 앞에 두고 이야기 꽃을 피워나갔다.
얼마 전, 여동생을 뇌암으로 잃었던 친구에게 얼굴을 돌렸다.

"어머니는 여동생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잘 지내시니?"

"그냥 그렇게 지내셔."

"그렇구나. 참 여동생 죽고 교직원 연금하고 재산문제는 잘 해결됐니?"

"부동산은 제부가 갖기로 하고 동생 교직원연금은 엄마 주기로 약속했었는데, 약속을 안 지켜. 엄마가 억울하고 화가 나셔서 변호사를 사서 소송하셨어."

"소송하시는 동안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실 텐데. 잘 챙겨드려라."

둘 사이에 아이가 없었기에 원만하게 잘 마무리가 된 줄 알았는데, 언제나 돈이 문제였다.

돈이 뭐길래, 나와 연을 맺었던 여자의 엄마 마음에 대못을 박아야 하는가.

돈이 뭐길래, 사람으로서 신의를 저버려야 하는가.

돈이 뭐길래, 평생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산 사람들과 절연을 해야 하는가.

돈이 뭐길래, 양심의 가책을 받고 사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괴연, 먼 훗날 하늘에서 아내의 얼굴을 자신 있게 볼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삶을 산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봉사하는 것... 어느 것 하나 자신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산다.

별이 된 아내의 연금을 독식하면, 행복할까.

그 돈으로 사 먹는 소고기가 과연 맛있을까.

그 돈으로 가는 여행이 과연 좋은 추억으로 남을까.

그 돈으로 사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할까.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시야를 조금만 넓히고 마음을 조금만 말랑하게 먹으면, 서로서로 애틋하고 해피할 텐데.
죽은 젊은 딸을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에 스스로 묻은 늙은 여인의 원한을 사지 않았을 텐데.
늙은 노파가 원수가 아닌, 귀인이 되었을 텐데.

돈이 뭐길래...

이전 12화 현존하는 삶 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