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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17

나만의 여인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보고 또 보고 싶은 나만의 사랑

그대는 나만의 등불이여

어둡고 험한 세상 밝게 비춰 주네요

그대여 지금껏 그 흔한 옷 한 벌 못해 주고

어느새 거칠은 손 한 번 잡아 주지 못했던

무심한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미안해요

이 못난 날 만나 얼마나 맘고생 많았는지

그 고왔던 얼굴이 많이도 변했어요. 내 맘이 아파요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아직도 못다 한 말 그댈 사랑해요

그대의 생일날 따뜻한 밥 한 번 못 사주고

그대가 좋아한 장미꽃 한 송이조차 건네지 못했던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미안해요

사는 게 힘들어 모든 걸 버리고 싶었지만

그대의 뜨거운 눈물이 맘에 걸려 지금껏 살아요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아직도 못다 한 말 그댈 사랑해요

2001년 24살의 풋풋한 나에게 그녀는 당연히 여자친구였다.

모쏠을 갓 졸업한 나에게 나만의 사랑 나만의 여인 나만의 등불은 그녀였다.

돈이 없어 그 흔한 옷한 벌 못해주고, 생일날 아르바이트하느라 따뜻한 밥 못 사준 것이 미안했고 미안했다.

좋아하는 프리지어 한송이 건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나를 그녀는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사랑해 주었다.

사는 게 힘들고 지쳤지만, 그녀라는 등불이 있었기에 살아내고 버틸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떠났다. 마치 모든 걸 내어주던 선녀가 하늘로 올라갔 듯.

25년이 지나 문득 라디오에서 간절하게 흐느끼는 듯한 김건모의 미안해요.

첫사랑의 그녀 얼굴을 지나 오버랩되는 그녀 얼굴.

엄마

얼굴의 곳곳은 주름살로 빼곡히 들어차있고, 광대는 눈에 띄게 볼록하고 쇄골은 산속의 옹달샘처럼 푹 파여 있는 노파가 되어 있는 엄마

잘 먹지 못해 뼈마디만 남은 손으로 이것저것 살림을 챙겨주시는 엄마

한평생 가녀린 두 손 모아 아들이 잘 되길 건강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 엄마

세상에 찢기고 버림받아도 끝까지 내 편을 들어줬던 엄마

자기의 몸이 짖이겨지고 아파도 건강한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


나만 보면 미안하다는 엄마

온전히 나의 평생을 나만을 사랑했던 엄마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보고 또 보고 싶은 나만의 사랑

그대는 나만의 등불이여

어둡고 험한 세상 밝게 비춰 주네요

그대여 지금껏 그 흔한 옷 한 벌 못해 주고

어느새 거칠은 손 한 번 잡아 주지 못했던

무심한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미안해요

이 못난 날 만나 얼마나 맘 고생 많았는지

그 고왔던 얼굴이 많이도 변했어요. 내 맘이 아파요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아직도 못 다한 말 그댈 사랑해요

그대의 생일날 따뜻한 밥 한 번 못 사주고

그대가 좋아한 장미꽃 한 송이조차 건네지 못했던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미안해요

사는 게 힘들어 모든 걸 버리고 싶었지만

그대의 뜨거운 눈물이 맘에 걸려 지금껏 살아요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아직도 못다 한 말 그댈 사랑해요

엄마가 나만의 여인이어서 행복했어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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