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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26

ㄱr끔은 바보가 되고 싶다

걱정이라는 태산에 깔려 버둥거리는 어느 순간 불현듯 내 기억 어디엔가 처박혀 있는 바보가 불쑥 떠오른다.

나 어릴 적에는 동네마다 바보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동네에도 바보가 있었고 시골에 사시는 고모네를 가도 바보가 있었다
바보들은 모두 웃고 다닌다 아무 걱정이 없어 보였다 동네 아이들이 놀리면 웃으며 쫓아왔고 동네 아이들이 나뭇가지를 던져도 웃으며 욕을 했다.

그들에게 걱정은 먼 나라 얘기였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웃기만 하는 그들을 피하고 싶고 놀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웃는 그들이 부럽다.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까?
어떻게 해야 절약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될까?
나의 노후대책은 어쩌지?
타인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내가 산 주식은 괜찮을까?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살다 보면 걱정은 불쑥불쑥 순간순간 불청객처럼 나의 마음을 찾아와서 먹구름을 드리운다.

걱정과 두려움이 나를 엄습해 오면 나는 피하고 싶다 그냥 피하고 싶다.

목줄에 매어 있는 누렁이가 마치 호랑이를 만난 듯 꼬리를 내리고 눈을 바닥에 깔게 된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이 고통스럽다.

걱정이라는 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은 몰입할 때뿐이다
몰입은 걱정이라는 존재를 까막 득하게 잊게 해 주고 온전히 나로 존재하게 해 준다.

살아가는 순간순간 만나는 사람사람에게 온전히 몰입한다면, 나의 행복에 걱정이 끼어 들 틈은 바늘구명처럼 좁아질 것이다.

평안이라는 씨앗에서 몰입이라는 꽃이 피어난다
몰입이라는 자궁에서 평안이 잉태된다.

몰입하다 보면 평안하기도 하고 평안하다 보면 몰입이 되기도 한다

평안하고 몰입하기 위해서는 삶의 꽃은 고통 속에서 피어남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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