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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삶 25

사랑

사랑에는 큐피드가 쏜 화살을 맞고 첫눈에 빠지는 사랑도 있고 가랑비에 옷이 젖 듯 천천히 스며드는 사랑이 있다.


모든 사랑은 첫눈에 반해버리기도 하고 천천히 스며들기도 한다 이성 간의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절대자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사랑...


다양한 사랑 중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만큼 어렵고 귀한 것도 없다. 학연, 혈연과는 무관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고 생경스럽다.


타인을 서로 사랑해 본 사람들은 알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내 속에 있는 진짜 것을 내어 놓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응원하고 충조평판 하지 않고...


경계하고 간을 보며 진짜 내 것이 아닌 가짜 내 것을 꺼내놓다가 어느 순간 진짜 내 것이 두 어둠 사이에 가느다란 빛이 되어 스며 나오게 된다.


내가 꽁꽁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가 없다 타인의 가느다란 빛이 나에게 따뜻하게 비친 순간 내 안에 있는 두 어둠 사이의 틈은 화답하며 벌어지게 된다.


이 순간 빛과 빛은 연결되고 소통하며 더 큰 하나의 기쁨의 빛으로 수렴하게 된다 그 빛은 더욱 밝고 밝아지며 세상을 환하게 비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속에 나와 같은 빛을 꽁꽁 숨기며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몇 겹의 암막 커튼으로 겹겹이 덮어놓는다.


내 마음의 빛이 새나가는 것이 두렵다 뭔가 약해 보이고 부족해 보이고 비웃음을 살 것 같고...


어느 순간 상대방의 빛이 나의 암막커튼을 살짝 들추는 순간 나의 마음의 빛은 뿜어져 나온다.


마치 오매불망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의 빛과 연결되는 기쁨은 아무리 귀한 보물을 구한다 해도 느낄 수 없는 초자연적이며 영속적인 경험이다.


누군가의 마음이 나의 마음에 들어와 함께 노는 기쁨 나의 마음이 누군가에 마음에 들어가서 함께 노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며 사는 나는 참 행운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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