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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농사의 시즌 2_ 여름과 가을

2024 텃밭일지

by 솔솔 Mar 16. 2025

 SS(봄여름) 시즌의 주인공이 감자와 엽채류였다면, SF(여름가을)은 과채류, 그리고 김장용 작물들의 시즌이다. 봄에 심은 과채류, 즉 가지나 고추, 방울토마토는 여름이 무르익어 때쯤 수확하기 시작한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쯤 다시 심는 김장용 작물에는 대표적으로 배추와 무, 쪽파 등이 있다. 이 중 배추의 경우 벌레를 먹거나 속이 잘 차지 않는 경우들도 많아 관리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올해는 감자와 봄에 심은 엽채류들을 정리한 자리에 무만 씨앗으로 파종하고, 상추 모종을 조금 사서 심었다. 상추 모종은 너무 늦게 심었더니 너무 더디게 자라다 생장을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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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와 무 (좌 09.29. 중 10.11. 우 10.30.)


 장마철이 지나 여름이 오면 밭에 갈 생각만 해도 더워서 땀이 날 것만 같다. 가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돌아올 때 묵직한 수확물을 챙겨 올 수 있어 보람 있는 시기기도 하다. 과채류 중 뜨거운 태양을 받아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는 따면서 한 개씩 먹는 재미가 있다. 쓱쓱 옷에 문질러 닦아 입에 넣으면 코 끝에 스치는 풋풋한 향기와 미지근하지만 달큰한 과즙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가지는 가을까지 꾸준히 튼실한 열매를 맺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도 할 수 있었다.(그렇지만 슬프게도 가지는 인기가 없었다...)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도 좋지만 역시 올리브유에 구워 먹는 것이 제일 간단하고 맛있다. 마지막으로 고추. 왜인지 모르겠으나 올해 고추는 영 시원찮았다. 찌개류에 넣어 먹으려고 매운 모종으로 산 것인데 열매 자체도 잘 열리지 않고, 열린 것도 비실비실. 빈약한 수확물이지만 얼려놓고 요리에 쏠쏠하게 사용했다. 


 김장류라고 했지만 사실 내가 직접 김치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무는 오랫동안 저장도 가능하고 잎사귀와 뿌리 모두 쓰임새가 많아 좋아하는 작물 중 하나다. 게다가 올해 나의 텃밭에서 유일하게 씨앗부터 시작하여 키운 작물! 사실 텃밭을 하면서 가장 신기한 순간은 씨앗이 막 싹을 틔울 때다. 아주 작은 점 하나에서 새끼손톱만 한 떡잎을 내고, 해와 물과 흙으로 쑥쑥 자신을 키워내는 식물을 볼 때면 경이롭다. 작은 점들은 자라 무청과 무가 되었고, 겨우내 일용한 양식이 되어 주었다. 특히 올해 무시무시한 무 가격을 보며 더욱 소중하게 아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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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여름 텃밭 한 상(가지구이, 감자조림, 깻잎, 방울토마토) 우. 가을 텃밭 한 상(무가 들어간 오뎅국과 무청 나물)


 이 시기 꾸준히 수확할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바로 깻잎! 깻잎 모종은 상추 모종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가을 에는 가슴께까지 자랄 정도로 쑥쑥 자란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꽤 많은 깻잎을 수확할 수 있다. 바로 따 온 깻잎은 향이 진해 바로 밥에 싸 먹기만 해도 맛있고, 음식에 여기저기 넣기에도 훌륭하다. 하지만 텃밭에 빠지지 않고 깻잎을 키우는 이유는 바로바로 깨송이 튀김 때문이다! 깻잎은 들깨의 잎(생각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이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꽃이 피고 진 자리에 들깨가 열린다. 줄기의 끝부분에 송이로 열리는 이 들깨가 여물 때쯤 잘라 잘 세척한 후, 튀김가루 반죽을 묻혀 튀기는 것이 깨송이 튀김! 깨송이는 유통되지 않기(아마?) 때문에 깻잎을 직접 수확하는 사람들만 맛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음식이다. 게다가 깨가 여무는 짧은 시기에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깨송이 시즌은 언제나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이럴 수가... 깨송이 튀김 사진이 없다... 올해는 꼭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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