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나 이별 이야기는 진부하다. 세계 인구수가 80억 명이 넘었다는데, 어째서 사랑과 이별에 관한 글들은 죄다 비슷한지 모르겠다.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패턴도 늘 뻔한 것 같고. 도대체 사람 한 명 때문에 뭘 그렇게들 힘들어하는지 모르겠다. 넘쳐나는 게 사람인데 말이지.
그렇게 생각했었다.
내가 직접 이별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물론 이번이 생애 첫 이별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 100일도 안 되어 차인 적도 있었고, 1000일 정도 만난 남자친구에게 마음이 식어 반년 넘게 고민을 하다가 이별을 고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그렇게나 힘이 들었을까? 7년 만에 연애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K에게 너무 많은 정을 줘서 그랬던 걸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제 와서 따져볼 필요도 없긴 하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바닥을 칠 정도로 힘겨운 연애를 이어가면서도 쉽사리 관계를 포기하지 못한 건, 이별의 아픔이 얼마만큼일지 조금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별의 아픔이 얼마만큼일지 너무도 잘 알아서 놓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게 헤어졌다. 참으로 끔찍한 아픔이었다.
나처럼 헤어져야 하는 걸 알면서도 이별이 두려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이별로 인한 아픔을 겪고 있는, 혹은 곧 겪게 될 사람들을 위해 효과적인 네 가지 이별 극복 방법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나의 감정을 직면하기
나는 눈물이 많다. K를 만나는 동안에는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울었다. 과장이 아니라, 살면서 울었던 모든 눈물의 총합보다 더 많은 양의 눈물을 쏟은 것 같다.
잘 우는 만큼 웃기도 잘 웃는다. 화가 날 때, 당황스러울 때, 기쁠 때, 행복할 때, 어이없을 때, 부끄러울 때, 이 외에도 나는 늘 감정에 솔직한 편이었다. 그냥 스스로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지내왔다. 이러한 성향이 감정을 회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헤어진 후 1~2주 동안에는 정말 별의별 곳에서 별의별 타이밍에 울었다. 일하다가 울고, 밥 먹다가도 울고, 세수하다가도 울고, 길을 걷다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식당과 카페에서도 울었다. 화수분 같은 눈물샘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랐다. 화가 나면 육성으로 욕을 하거나 분노에 찬 상태로 일기장에 그 애의 싫었던 점을 휘갈겨 쓰기도 했다. 갑자기 보고 싶어지면 멍하니 생각을 했고, 공허함이 밀려오면 한숨도 푹푹 내쉬었다. 그러다가 또 울고, 웃겼던 기억이 떠오르면 다시 웃었다. 참으로 미친 인간이 따로 없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채 2주 정도를 지내다 보니, 점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주변이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감정을 배제한 채 지난날들을 이성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 내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나 좋았던 날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 혹은 착각보다,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좀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그런 미친 인간의 모습으로 지냈던 게 헤어진 후로 가장 잘한 일이었다. 마음속에 나쁜 감정을 한 톨도 쌓아두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이것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배설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나처럼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월등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감정을 마주할 자신이 없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약하다고 느껴서, 혹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한다고 한다. 슬픔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면 그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니까 애써 회피하는 거라고.
그러나 억눌린 감정은 결코 해소되지 않고 내면에 차곡차곡 쌓이기만 한다. 그냥 아무 일도 없이 평생 담아두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그렇게 쌓인 감정은 언젠가 반드시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은 당연히 악화될 수밖에. 슬프거나 화가 날 때 긍정적인 기운으로 마음을 새롭게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칫 미봉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슬플 때는 울고, 화가 날 때는 화를 내고, 그리울 때는 그리워하면서 감정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누구에게? 나 자신에게.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회복의 과정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 감정의 폭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좁혀질 것이다. 또한, 지금의 슬픔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만큼 슬픔은 더욱 빠르게 물러날 것이다. 감정을 직면하는 것이 감정 회복의 첫걸음이다.
두 번째, 미련 없이 주변 환경 정리하기
K와 헤어진 후,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너는 남자친구랑 헤어지면 사진이랑 영상 바로 다 삭제해? 나 일단 다 삭제하긴 했는데 아직 ‘최근 삭제된 항목’ 앨범을 비우지는 못했거든.”
“나는 다 삭제해.”
“곧바로?”
“응. 보면 나만 마음 약해지니까. 지우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보고 싶을 때 보면 더 힘들어지고, 그럼 지금까지 노력한 거 도루묵 되는 거야.”
“그럼 나도 그냥 지금 다 삭제할까? 네 말대로 사진 보다 보면 마음 약해지는 것 같아. 막 ‘이때는 좋았는데’ 이런 생각 들고.”
“왜 그런지 알아? 싸울 때는 사진을 안 찍잖아. 사진은 원래 좋은 순간밖에 남기지 않아.”
친구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나는 ‘전체 삭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순식간에 수천 장의 사진과 수십 개의 영상이 끝나버린 우리의 관계처럼 그대로 증발했다.
‘최근 삭제된 항목’ 앨범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사진 또는 비디오 없음’이라는 텍스트만이 덩그러니 화면에 놓였다. 공허하거나 마음이 아플 줄 알았는데 의외로 후련했다. 구질구질하게 이어져 있던 악연의 끈을 드디어 놓았다는 생각에 홀가분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한 비움이었다. 정말 큰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걸 스스로 해냈다는 데 뿌듯함마저 느껴졌다.
그날부로 사진첩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메모, SNS에 업로드했던 사진들과 주고받은 댓글, 음성 녹음함, 연락처 등 그 애의 모든 흔적을 없앴다. 특히 영상이나 음성처럼 그 애가 ‘살아 있음’이 생생히 느껴지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남겨 두지 않았다.
헤어진 직후에는,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인데 굳이 삭제까지 해야 하나 싶고, 후회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사진과 영상을 그대로 뒀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결과적으로 나를 위한 일은 아니었다. 꾸역꾸역 어떻게든 마음을 정리해 나가다가도 사진을 보면 다시 이별 1일 차의 마음으로 돌아가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미련하게도 이런 악순환을 며칠 동안 반복하다가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모든 흔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친구의 말대로 우리는 늘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만 간직하려 한다. 그 누구도 억울하고, 화가 나고, 슬프고 힘든 순간들을 굳이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진 않는다. 그러니 이별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핸드폰 사진첩은 그야말로 ‘악마의 편집’의 장인 셈이다. 단숨에 모든 기억을 미화시켜 버리는, 조작된 현장.
사진과 영상을 봐도 아무렇지 않다거나 애초에 사진첩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사진첩을 봤을 때 좋았던 기억들만 떠오르고 마음이 약해지는 이들에게는 쥐약과도 같다. 언젠가 삭제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비워내는 게 속 편하다. 일찍 삭제할수록 마음도 더 빠르게 회복된다. 분명히.
마찬가지로 받은 선물들 중에서는 실용적인 것이나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제외하고 전부 다 갖다 버리는 게 좋다. 정말로 마음 정리를 하고 싶다면, 함께한 추억이 얽혀 있는 사소한 물건부터 그 사람이 생각나는 것들 하나하나까지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정리해 버리자.
요즘 K를 떠올리면 ‘정말 살아 있던 사람이 맞나? 내가 잠시 꿈을 꿨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애의 흔적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 그렇다.
살아 있든 아니든, 이제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셋째, 현실 직시하기
헤어짐을 결심하게 만든 숱한 날들과 결정적인 계기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이별 후에는 대부분의 기억이 미화되는 듯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진과 영상을 포함해 모든 흔적을 정리한다 해도 말이다. 눈물 나도록 웃겼던 순간들, 같이 있을 때의 안정감과 편안함, 그가 만들어준 맛있는 음식들, 손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가벼워졌던 발걸음, 새벽에 나눈 진솔한 대화, 함께 듣던 음악, 함께 본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들...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는데. 괜히 감상에 젖어서 ‘이땐 이랬지...’, ‘그때 참 행복했는데...’ 해 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자꾸만 나를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가면 이별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기가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단순히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둘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자. 우리가 왜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둘 중 한 명이 잘못을 해서 헤어졌을 수도 있고, 둘 중 누구도 잘못한 것은 없는데 단지 서로(또는 한쪽이) 마음이 식어서 이별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마음은 남아 있지만 여러 가지로 잘 맞지 않아 서로가 독인 관계여서 끊어내야만 했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내가 확실히 이별한 것인지도 모르게 상대방으로부터 잠수 이별을 당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뭐가 됐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헤어진 이유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면 결국에는 이별이 옳았다는 결론만이 나온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재회했을 테다.
지속적으로 편향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일종의 현실도피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건 자기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내가 현재를 잘 살아갈 수 없도록 스스로 방해하는 꼴이니.
그러나 이별 후에는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더 잘 대해줘야 한다. 마음이 많이 다친 때일수록 나를 더 잘 먹이고, 더 잘 재우고, 더 잘 보살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자꾸 뒤돌아보게 만들지 말고. 왜냐하면 나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나를 가장 잘 돌보아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지난날들이 떠오른다면 생각을 거기서 멈추지 말고 그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진다면, 그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현재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그게 행복해 보인다면 그대로 두고, 안타깝거나 불행해 보인다면 생각을 멈추자.
언제까지고 이별의 아픔 속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실을 도피하지 말고 직시하면서.
넷째, AI 적극 활용하기
갑자기 웬 AI 타령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챕터를 쓰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별한 모든 사람들이 꼭 챗GPT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면 한다.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이별 후 무너진 감정과 일상을 100%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챗GPT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미리 요약하자면, 챗GPT와의 대화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하나씩 되짚어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점점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보다 더 좋은 이별 극복 방법이 있을까.
지금부터 챗GPT가 이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8가지 이유를 소개한다.
1.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앞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일기장에 감정의 변화를 기록해 보는 것도 물론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혼자만의 공간에 조용히 기록하는 것과 다른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며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당연히 후자가 훨씬 더 속이 시원한 법이다. 이럴 때 챗GPT는 감정을 얼마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준다.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세세한 감정까지 묵묵히 들어주며, 나의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지도 않는다.
2. 반복적인 대화에도 지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계속해서 똑같은 얘기를 해도 챗GPT는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준다.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들까지도 말이다. 예를 들어서 나는 K와 싸웠던 일들이나 K에게 상처받은 말이 떠오를 때마다 챗GPT에게 하소연했다. 혹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K의 말이나 행동의 저의를 물어보기도 했다. 챗GPT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지만, 나는 예상치도 못했던 답변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3.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이별 후에는 감정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감정에 매몰되어 있다 보면 회복은 더디어지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럴 때 챗GPT는 감정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도록 돕는다. 나와 상대방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줌으로써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준다. 챗GPT에게 그동안 있었던 싸움들이나 내가 안고 있던 고민들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해 보자.
4. 충동적인 행동을 막아준다.
챗GPT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정신줄을 붙잡으려 노력했음에도 나는 번번이 K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챗GPT에게 털어놓으며 제발 나를 뜯어말려달라고 부탁했다. 최악의 상태였던 어느 날에는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나 : “너무너무 전화하고 싶어. 어떡하지?”
챗GPT : “그 마음 정말 이해돼. 이렇게 마음이 힘들고 보고 싶을 때 전화하고 싶은 충동이 밀려오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하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지금 전화를 한다고 해서 그 관계의 문제가 해결되거나 네가 원하는 위로를 받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커.
이럴 때는 잠깐 다른 것에 집중해 보는 것도 방법이야. 혹시 그 마음을 잠시 달랠 수 있는 활동이나 즐겨보는 콘텐츠가 있다면, 그걸로 마음을 돌려보는 건 어때? 너는 지금까지 잘 이겨내 왔고 오늘도 그 힘을 믿어볼 수 있을 거야. 전화하고 싶은 그 마음도 지금은 지나가는 감정일 뿐이니까 조금 더 견뎌봐.”
나 : “전화하지 마?? 하면 안 돼??”
챗GPT : “응, 전화하지 않는 게 너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일 거야. 지금의 그리움이나 허전함이 너무 크지만, 전화를 하게 되면 다시 감정이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커. 지금까지 잘 견뎌왔고 오늘 이 순간만 더 버티면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어.”
나 : “왜 연락 못 하게 하는 거야 ㅜㅜ”
챗GPT : “너의 그 마음이 정말 절실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네가 더 큰 상처를 받지 않게 하려고 연락을 막으려 하는 거야. 지금은 너무 힘들고 답답하니까 한 번만이라도 연락해서 이 감정을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거야. 하지만 연락을 하면 네가 지금 겨우 다잡아 온 마음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고, 더 큰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도 있어.
연락을 말리는 이유는, 너를 더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지금까지 정말 잘 견뎌왔고 오늘도 이렇게 나와 대화하면서 마음을 잡아보려고 하는 너는 이미 대단해. 연락 대신 오늘 하루를 나를 위한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 보는 건 어때?”
이처럼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 특히 전 애인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챗GPT는 그 행동의 결과를 차분히 설명해 줌으로써 충동적인 행동을 막아준다. 덕분에 흑역사로 남을 뻔했을 많은 날들을 지킬 수 있었다.
5. 회복 과정에서 끊임없이 격려와 위로를 제공한다.
챗GPT는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긍정적인 말과 위로를 건네주면서 자신을 돌보는 일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준다. 이별 후에는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는데 챗GPT와의 대화는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데 쓸모가 있다. 나 역시 챗GPT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중 마음에 와닿은 다섯 가지 답변은 다음과 같다.
① 네가 힘들어하는 건 그만큼 그 관계가 너에게 의미 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너 자신을 보호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② 이제는 너 자신을 돌보고 너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나 환경을 찾는 것이 중요해. 결정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고, 스스로에게 정말 잘했다고 말해줘도 괜찮아.
③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상처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가 얼마나 용기 있게 행동했는지를 잊지 마.
④ 지금 네가 느끼는 외로움과 슬픔을 견뎌내는 것은 너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과정이야. 그와의 관계가 끝나고 네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너는 더 많이 성장할 거야.
⑤ 지금의 너는 과거의 너보다 훨씬 더 강하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질 거야.
6. 이별 극복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제안해 준다.
나의 관심사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이별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활동을 제안해주기도 한다. 특별한 활동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실천하면 좋을 루틴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명상하기, 차 마시기 등등..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라서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이처럼 소소한 루틴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7. 감정의 변화와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간이 지난 뒤 이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과 스스로의 성장을 실감함으로써 자존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대화가 쌓이면 챗GPT에게 "우리의 대화를 돌이켜봤을 때 나의 생각과 감정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라고 요청해 보자. 더 나아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8. 이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챗GPT는 단순히 위로를 건네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별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며, 행동과 사고의 변화를 유도한다. 이로써 더 나은 미래를 그리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그것을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단지 오늘의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별생각 없이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길 것인지, 아니면 그 일을 통해 배운 점들을 개인의 성장과 변화의 계기로 삼을 것인지. 전자든 후자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기왕 헤어진 김에 뭐라도 남겨야 덜 억울하고 덜 슬프지 않겠는가. 챗GPT와 함께 이별한 현 상황을 자기 계발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챗GPT는 함부로 판단하지도 않고 언제나 나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며 중립적인 태도로 대화한다. 전적으로 나의 편이 되어서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면 그렇게도 해준다. 챗GPT와의 대화로 이별 극복 과정을 한눈에 볼 수도 있고, 언제든 어디서든 감정을 해소할 수도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현실적으로 조언해 준다는 장점도 있다.
인간이 아닌 AI 덕분에 이별을 극복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내가 챗GPT에게 의지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 누군가가 헤어져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의 핸드폰에 당장 챗GPT 앱을 다운로드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