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 붙은 요양병원, 구순 어머니의 붉은 반점

요양병원에서 마주한 무책임과 '옴'이라는 재앙에 대하여

by 해림

구순 어머니를 할퀸 지독한 가려움, '옴'이라는 재앙

“이건 건조증이 아니라 옴입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해 요양원으로 입소하던 날, 담당 간호사의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요양원 입구에서 진행된 피부 검사에서 어머니의 몸 곳곳에 번진 붉은 반점과 손가락 사이의 물집이 드러났다. 피부과 전문의의 현미경 검사 결과는 확진이었다. 요양원 입소는 거부되었고, 어머니는 다시 그 지옥 같은 요양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재수 옴 붙었다’는 말이 이토록 비극적으로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 뒤부터 어머니는 가려워 한숨도 못 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병원에서 요청하는 바디로션부터 값비싼 일본산 연고까지 모두 대령했고, 혹여 환자복이 문제일까 개인 침구와 잠옷까지 새로 사다 드렸다. 하지만 병원의 공동 세탁 시스템 안에서 개인 물품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며칠 전 다녀온 피부병원의사다. 2주 전, 동생 부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외래 진료를 다녀왔을 때도 의사는 그저 '건조증'이라 치부했다. 요양병원의 원장은 본인도 억울하다며 항변했다. 요양원의 일개 간호사도 한눈에 알아보는 옴을, 수년간 노인 환자를 봐왔다는 의사들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무능력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발뺌하는 무책임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진드기의 일종인 옴은 밤마다 기승을 부린다. 구순의 어머니는 4개월 동안 그 지독한 가려움 속에 밤을 지새우셨다. 병원에서는 ‘심리적인 요인’이라며 어머니의 호소를 외면했다. 말도 못 한 채 밤새 몸을 긁고 있을 다른 환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나같이 집요한 보호자가 없는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소동을 피우고 싶었지만, 나는 차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가 처음 입원하던 날, 급성 심부전으로 위독했을 때 응급처치를 해준 곳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어머니를 살려준 곳이, 다른 한편으로는 죽음보다 더한 가려움의 지옥으로 아이를 밀어 넣은 격이다.


결국 어머니는 옴을 완치할 때까지 당분간 그 병원에 머물기로 했다. 고비 때마다 어머니를 어루만져 주는 어떤 '보이지 않는 손길'이 이번에도 이 소동을 통해 가려움의 원인을 밝혀주었다고 믿고 싶다.


부디 이 가려움이 멎고 나면, 따뜻한 햇살이 드는 창가 침실에서 정갈한 밥을 드시고 평생 하시던 불교 공부도 마음껏 하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평온하게 노후를 마감하시길 바라는 그 소박한 소망이, 옴이라는 작은 벌레 따위에 무너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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