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는 없어! 지금이 가장 빠른 거야^^
"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 또한 50대 후반의 아줌마라서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두 눈 질끈 감고 용기 내어 한 발자국을 내디뎌보니, 새로운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50대 후반의 한국 아줌마들의 대부분은 산티아고 전문 여행사를 통한 그룹 순례여행으로 걷고 계신 것 같았다. 그러한 방법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은 여러 좋은 점들이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는 안전할 것 같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많은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여행사의 가이드를 받는 것은 최고의 안전한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스페인이라는 낯선 곳에서 말이 통하는 많은 한국사람들과 함께 걷다 보면 친해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지 않는 점들도 있을 것 같았다. 첫째는 순례길의 모든 여정이 타인이 짜여준 일정으로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일어나서 출발하는 시간, 그날 도착하는 마을, 묵어야 할 알베르게, 때로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도 정해진 스케줄에 내가 맞춰야 하는 것은 내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여행이다. 둘째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도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20~30여 명의 한국 사람들이 같이 움직이다 보면 계속 대화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목적은 매일 겪게 되는 일상의 의무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나의 마음,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욕구를 온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사람보다는 스페인의 드넓은 자연과 깊은 교감을 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었고, 창조주 하나님과 단둘이 오랜 기도의 대화를 하면서 깊은 영성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출발하고 싶을 때 출발하고 길을 걷다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어서 하늘을 한참 쳐다보기도 하고 들꽃들과 미소를 머금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아담하고 소박하면서 정겨운 마을을 만나면 그곳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싶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순례길을 걸을지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조금 외로울지라도, 많이 당황스러운 일들이 생길지라도 모든 여정을 나 홀로 결정하고 나 홀로 걷는 순례길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면서 심리학자인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는 인간의 기본 욕구로 생존(안전)의 욕구, 사랑(관계)의 욕구, 힘(성취)의 욕구, 자유의 욕구, 즐거움의 욕구 5가지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5가지 욕구는 누구에게나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나, 우선순위나 욕구의 크기는 각자 독특하게 다르게 가지고 있다. 나는 즐거움과 자유의 욕구가 큰 편이고 생존의 욕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제시하는 방법보다는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방법을 더 선호하고, 그러하기에 누군가에게도 나의 방법을 주장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원하는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의 자유의 욕구는 즐거움의 욕구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내가 스스로 결정한 것을 최선을 다하여 실행해서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누리는 나를 보게 된다.
이러한 나의 욕구는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도 연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커다란 박물관이나 공원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피곤함을 느끼게 되고, 내가 멈추고 싶은 들꽃 옆에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예쁜 들꽃들을 보거나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볼 때 느끼는 즐거움이 때로는 더 크기도 하였다. 이러한 나의 우선적인 기본 욕구들을 볼 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어떻게 걸을까 이런저런 방법들을 알아봤었지만 어쩌면 조금은 외로울지라도 나 홀로 걷게 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배움을 좋아한다. 처음 가 보는 순례길이었기에, 매일매일 걷게 되는 새로운 길이었기에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가득했다. 거기다가 나는 혼자 걸었기에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어떠한 길을 함께 걸을지, 어느 부분에서 함께 웃고 함께 감탄을 하고 함께 울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인데, 나 홀로 무언가를 하게 되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매일매일 새로운 일들이 펼쳐지고, 매일매일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들꽃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한민국에서의 일상과 다른 새로운 일들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매일매일 펼쳐졌다. 새로운 배움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였다! 나 홀로 걸었지만 사실은 매일매일 나는 새로운 우주를 품고 있는 누군가와 함께 걸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