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에 생장(Saint-Jean) 지명이 두 개라니!
"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일을 이루어내는 방법이 있다는 의미이다. MBTI에서 전형적인 NP(적응력 있는 창안가)인 나는,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강한데 비해 계획은 그리 촘촘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좋은 점(강점)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엄청 많이 하면서 하고자 했던 것을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뜻이 있으면 길은 다양하게 펼쳐지는 것이 인생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 길이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3개의 길은 프랑스의 생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800km), 스페인의 남부 세비야에서 출발하는 은의 길(1000km),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출발하는 포르투갈 길(630km)이 있다. 나는 파리에 있는 지인도 만날 겸,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걷는다는 프랑스 길을 걷기로 했다. 그런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4주 28일이라는 시간밖에 없어서 프랑스 길 800km를 완주할 수는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길을 걸을 것인가는 걸으면서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기로 하고, 한국에서는 크게 3가지만 결정하고 중요한 예약을 했다.
결정한 3가지 중 첫째는 4월 26일 날 프랑스 파리로 들어가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후 5월 23일 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팅을 한 것, 둘째는 2박 3일 파리에서 지낸 후 4월 29일 날 파리 몽파리나스역에서 프랑스길의 출발지인 생장(Saint-Jean)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약한 것, 셋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후 5월 19일 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티켓팅을 한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인 생장을 출발해서 도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어떻게 걸어서 언제 도착할지는 걷는 도중 그날 그날의 상황에 따라 나의 마음과 몸이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가운데 나의 몸과 마음이 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이 이번 순례길 여정의 주요한 목적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4월 26일 밤늦게 파리에 도착해서 4월 29일 아침 일찍 생장으로 출발하는 여정이다. 이틀 동안의 파리 여행은 세느 강변을 걸으면서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에서 파리를 느끼면서 즐기기였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미술시간에 배웠던 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을 했는데, 고흐의 인생을 알고 있으니 고흐의 작품에서는 오랫동안 그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느 강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여유도 최고였다! 여행에서 정말 중요한 게 날씨인데, 날씨는 이번 나의 여행의 요정이었다!
파리에서 프랑스길의 출발지인 생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파리의 몽파르나스역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 오미오(omio) 앱에서 출발지는 파리(몽파르나스역) 프랑스, 도착지는 생장 프랑스로 검색하니, 오전 7시 11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어서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나는 4월 29일 오전 7시 11분에 그 기차를 탔다. 도착은 4시간 21분 후인 11시 32분이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와서 그런지 피곤이 몰려와서 잠깐 잠도 자고, 음악을 들으면서 기차 밖 풍경도 보면서 9시가 지나고 있었다. 생장에 도착하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산티아고 출발지인 생장에 대해서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하다!!! 몽파르나스역에서 기차를 탔다는 것은 나와 동일한데, 왜 다들 생장까지 가지 않고 바욘(Bayonne)에서 내려서 갈아탄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 내가 예약해서 탄 기차는 생장까지 바로 가는데, 왜 다들 불편한 경로로 산티아고 프랑스길의 출발지인 생장으로 가고 있는 거지? 2023년까지는 갈아타야 갈 수 있었는데, 2024년에 생장까지 가는 직행 기차가 새로 생겼나? 그래서 한 달 전인 2024년 3월에 다녀온 글을 찾아서 읽어봤는데, 한 달 전에도 바욘에서 내려서 생장 가는 기차를 갈아탔다고 적혀있다. 기차는 계속 달리고 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빨리 찾아야 했다!!!
대충 읽던 검색 글들을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프랑스길의 출발지가 생장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완벽한 지명은 생장 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라는 글을 보면서 급한 마음으로 내가 예약한 기차 티켓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헉!! 나의 티켓 도착지는 생장 드뤼즈(Saint-Jean-de-Luz)가 아닌가!! 생장 피에드포르는 바욘에서 갈아타야 해서, 오미오 앱에서 도착지를 생장으로 검색하니 생장 드뤼즈만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생장만 보고 놓칠세라 빛의 속도로 예약했었고, 이 사실을 깨달은 그때 기차는 내 마음도 모르고 빛의 속도로 생장 드뤼즈로 달리고 있었다. 10분 전만 해도 나는 생장으로 가고 있다고 엄청 흐뭇해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사실(fact)을 알게 되면서 갑자기 신체의 모든 땀구멍에서 땀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 순간 나는 감정과 신체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밀접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었다. 내가 당황과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니, 뇌가 이것을 스트레스로 인식하고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나오도록 한 것이었다. 그래서 내 몸은 땀을 분비하면서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있었다. 이때 시간이 10:50쯤이었는데, 기차에서 방송이 나왔다.
"다음 역은 바욘(Bayonne)이고 10분 후에 도착한다"라는 방송이었다. 또 헉!! 해결책을 찾아볼 시간도 없이 내려야 할 것 같았다. 모든 순례자들이 바욘에서 내려서 생장 피에드포르로 갈아탔다고 말하고 있으니 나는 무조건 내려야 했다. 당황스러운 가운데서도 조금 안심이 된 것은 기차가 바욘에 도착하니, 생장 피에드포르로 가는 많은 순례자들이 바욘에서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라서 당황해하는 얼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무거운 캐리어와 배낭을 끌고 그들을 따라 내렸다. 반대로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매우 밝고 활기찬 얼굴로 기대 가득한 걸음을 걷고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도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그래도 나의 강점은 문제가 생겼을 때 비교적 담담하게 문제를 해결해 가는 편이기도 하고, 바욘에서 내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반은 해결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면서 바욘 기차역 대합실로 나갔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긍정적 관점과 결정은 때로는 강점이기도 때로는 약점이기도 하지만,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라는 긍정적 관점으로 살아가기로 나는 나의 인생관을 선택했다. 긍정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바욘 대합실에서 문제해결의 방법을 하나하나 찾아봐야 한다.
대합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먼저 오미오 앱으로 검색을 해보니, 바욘에서 생장 피에드 포르로 가는 기차가 12:35에 있다. 그런데 무슨 원인인지 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는다. 분명히 파리에서 생장 드뤼즈로 예약할 때는 카드 결제가 되었는데 마음이 급하니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대합실에 있는 키오스크로 달려갔다. 키오스크는 또 왜 이리 느린가!! 마치 고장 난 것처럼 느린 키오스크 작동 속도는 나의 급한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이제는 기차역 직원이 있는 사무실을 기웃거려 본다. 언어와 비언어를 모두 사용하여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니, 기차표 예약은 키오스크를 사용하라고 한다. 다시 키오스크로 갔지만, 불통에 가까운 속도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의자에 앉아서 다시 오미오 앱을 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천천히 스펠링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타이핑을 해본다. 마치 어린 아기 달래듯이 조심스럽게 실행을 했더니, 어떻게 해결이 되었는지 모르게 카드 결제가 되었고 12:35 생장 피에드포르행 기차표 티켓을 예약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바욘에 내린 지 40분쯤이 지난 11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다! 그리고 기차역 밖 바욘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나와 함께 바욘에서 내렸던 순례객들도 12:35행 기차를 타려고 모여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는 같이 바욘에서 내렸고, 같이 생장 피에드포르행 기차를 타고 생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는 1시간 여 정도 나만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 마음이 널뛰기를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해결되었고 오후 1:45쯤에 나는 장난감처럼 아담하고 귀엽게 생긴 생장 피에드포르역에 내릴 수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순례길의 시작이다! 이번 순례 여정의 콘셉트는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도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그날 그날의 걸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일에 대한 계획과 염려로 오늘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내일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만 하고 오늘을 걷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오늘 나와 함께 걸어갈 하늘과 구름과 꽃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오늘 여정에서 만나게 될 그 누군가에게만 집중하면서 걷는 것이다. 나의 첫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의 주제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즐기는 Here and Now!"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