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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지완 Dec 01. 2020

매정한 현실에 'Say yes'하기

불운을 완전한 비극으로 만들지 않을 방법

'너무 힘들다'

'자존감이 바닥 치는 나날이다'

'출근길, 차라리 도로에 뛰어들고 싶었다'



졸업한 간호학과 선배에게 병원 생활에 대해 묻자 실제로 돌아온 말이다. 이 외에도 간호사 카페, 커뮤니티에서 부정적 메시지들을 자주 접해왔다. 이렇게 두려움을 야기하는 말들이 나의 시간을 빠르게 감는 듯했고, 이제 떠밀리듯 간호사 국가고시를 50일 남짓 남겨두고 있다.


목전의 시험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나 또한 힘겨운 병원 생활을 마주할 거라는 사실이다. 올해는 그 걱정 속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누나가 결제해놓은 미국 간호사 강의를 접했다. 해외 간호사에는 흥미가 없지만 정신 간호학에는 관심이 많은 터라 이 과목만큼은 모조리 수강했다.


강사님은 학문적 지식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참 많이 알려주셨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Say yes'하기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상황 변화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적절한 반응'이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 힘겨운 상황이 발생한 경우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말 그대로 적절한 반응이다. 반면, 위기 상황에서 곧바로 '응, 괜찮아 다음엔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한다면? 이를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부적절한 반응은 감정적 고통 속에서 '왜 나에게?',  왜 하필 지금?', '왜 이런 일이?' '대체, 대체 왜?'를 반복하며 자신을 좀먹는 되새김질이다. 이 악순환 고리는 자아를 완전히 무너뜨려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저 운이 나빠 벌어진 일이 완전한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이미 상황은 발생했다. 이때 우리는 자신의 주인이자 보호자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그래,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났구나. 그래서 내가 많이 힘들어. 화가 나고 내가 밉기도 해.' 충분히 감정을 느끼며 위로해야 한다. 또한, 내면을 다듬어주면서 외적으로도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기, 글쓰기, 운동 등 어떠한 방식이든 쌓인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 안의 지혜'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혜는 말한다. '이래서는 나아질 게 없구나.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Why'에서 'How'로 넘어가면 가능성이 열린다. 반복적인 'Why'는 문제를 곱씹게 하고 반복적인 'How'는 해결책을 간지럽힌다. 이제 시간문제다. 실마리가 이리저리 몸을 꼬우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라?'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고통도 고통이다. 그러니 충분히 아파해야 한다. 그래야 시련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고, 다음 삶의 과제에서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다. 만약 충분히 힘들어했다면, 'Say yes!'하고 약해진 감정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을지 깊고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고통 없는 삶을 꿈꾸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그보다는 '다가올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줄여나갈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삶의 무게에 짓눌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떠올리자. 'Say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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