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의 생일
몇 주전, 토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마침 금토 출장으로 지방을 내려간 남편의 부재로 나는 퇴근 후 독박 육아를 했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엔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었고 헛헛함에 새벽에 폰만 만지작 대다가 다시 잠을 잤다.
토요일엔 시어머님이 끓여주신 미역국을 아이와 함께 먹었다.
미역국을 먹는데- 문득, 출산하고 조리원에서 2 주내 내 미역국만 먹어대던 그때가 생각났다.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미역국이 있음을 처음 알았고. 출산보다 출산 이후의 과정이 더 힘들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고. 뻔한 클리셰처럼 느껴지던 드라마 속 엄마들의 단골 멘트인 “내가 너를 어떻게 낳았는데…! 내가 널 어떻게 낳고 미역국을 먹었는데!!!” 가 무엇인지 몸소 실감하던 그때가.
어릴땐 몰랐다. 왜 내 생일날 엄마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생일인 내가 당연히 선물도 받고 축하도 받고 해야 하는데 왜 감사인사까지 전해야 하는지. 커보니, 엄마가 돼보니 알겠다. 아이를 낳고 , 미역국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그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지나온 과정이었는가를. 유난히 엄마가 생각나는 생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3번째 생일. 엄마 나이로 3살. 앞으로 많은 생일을 너와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 날 행복하게 한다. 엄마로서 나도 너와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특별한 케이크도 꽃도 이벤트도 없는. 코로나라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그저 조용히 지나간 올해 내 생일이 그래도 소중하게 기억되는 건 워킹맘인 내가 생일 당일 오롯이 너와 둘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넌- 내가 나에게 낳아준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사랑하고 고마운 우리 아가. 오늘 하루도 덕분에 엄마는 행복했어. 태어나길 잘했다. 널 낳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