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몇 시간씩 비행기 타고 외국 여행에 비하면 서울에서 해남까지 5시간이라는 거리가 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는 부모님이 주일에 교회예배를 포기하고, 5시간을 달려 딸을 보러 오기란 작정하지 않으면 나서기 힘든 거리이기도 하다.
해가 가기 전 딸내미가 보고파 한걸음에 내달려 온 부모님께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두부를 위해, 집에서 정성스레 상을 차렸다. 그래도 한 끼는 맛있는 식당으로 모시고 싶어 부모님께 짱뚱어탕부터 낙지나 전복요리, 생선구이, 각종 회 등 두부와 내가 가봤던 해남 근교에서소문난 식당메뉴를 설명했다.
“서진씨, 전에 먹었던 장어탕 어때요?”
그 전해에 부모님이 내려오시고, 거제도에서 언니와 형부 그리고 조카를 보겠다며 달려온 막내 이모님, 때마침 배를 타는 막내 이모님의 남편인 이모부님이 타고 온 배가 완도에 정박해 갈치 상자를 들고 오셨다.
그리고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나 해남으로 출발했는데.” 서울에서 날 보러 출발했다는 친구까지 7명이 좁은 시골 집에 모였었다.
가까운 사람과 어색한 사이가 모여 왁자지껄한 밤을 보내고, 해장을 위해 ‘장어탕’을 먹으러 갔었다.
“이런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음식을 팔아? 정말 맛있는 거야?”
“일단 들어와 드셔봐.”라고 두부와 나는 자신 있게 다섯 손님을 모시고 조그만 점방 겸 식당으로 들어갔다.
예약하고 온 사람이라 말하니 “안짝 방에 차려 놨소.”라며 퉁명스럽게 말하던 주인아주머니.
찌개에 불을 켜며 “밥은 더 없응께 알아서 드쇼.”하더니 나가버린다.
“뭐 저래? 밥이 없으면 어떻게 해? 그냥 매운탕 같은데.”
“드셔보고 말해줘.”
가까운 친구지만 입맛 까다로운 녀석과 가까우면서도 어려운 두부의 부모님 그리고 어제 처음 만나 친구 되기로 한 막내 이모님 앞에서 두부와 나는 땀을 뻘뻘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