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임 Jul 17. 2023

하고 싶은 건 다 해. 11

다이어트 -14

우린 결국 이번 서울 나들이에도 먹고 싶은 건 못 먹고 내려갔다.


대신 오랜만에 온 대형 마트 쇼핑, 접이식 긴 테이블과 작은 테이블, 조립식 등받이 의자, 등받이 없는 의자와 선반, 공구 상자, 수납장을 카트 두 대에 싣고 우린 신나게 뛰어다녔다.

냉면도 광장시장 칼국수도 못 먹었지만. 푸드코트에 들렸다. 남이 해주는 밥은 무조건 맛있는 법.

뭐 그런대로 한국인 식성에 맞게 요리한 것도 좋지만, 왜 오리지널은 안 파는 건지.

하나 정도는 플리즈~~~


또 다른 대형마트, 우리 두부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이제 가면 언제 오겠냐는 의미를 담은 팔과 다리가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며, 정말 필요할까? 싶은 식재료까지 마구 담았다. 나는 동생이 담아 놓은 물건을 다시 제자리로 옮기기 바빴다.

우리는 한껏 움직이고 가득 담겨있는 카트를 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피자와 베이크를 샀다. 역시 먹는 게 남는 거다.

“가면서 먹자. 먼 길이니까.” 아 이제야 생각났다. 우린 5시간 반을 운전해 집에 가야 다.


온갖 식재료를 이미 쌓여있는 물건 위로 꾹꾹 눌러 담았다.

우리 스파크가 불쌍해 보인다.

그래도 서해대교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네.     


“언니 차가 너무 작지?”

“크면 뭐 하게?”

“짐도 많이 안 실리고.” 뒷 유리창이 안 보여 두부가 불안해한다.

“절약해서 좋네. 뭐 매일 이렇게 사냐.” 솔직히 두부도 나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세재하나도 인터넷쇼핑으로 구매를 하고 택배가 집 앞까지 배달되는데 큰 차가 무슨 소용이람.

“언니는 좋은 차도 타보고, 좋은 집에서도 살아 봤는데, 이렇게 사는 게 좋아?”

“너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뭔지 알아?”

“뭔데?” 두부가 날 쳐다보지만 난 운전 중이라 두부를 볼 수없다.

“어느 나라에서 살 때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더라.”

“어느 나라가 좋았는데? 난 이태리에서 자전거 여행할 때가 좋았어.” 두부는 자전거를 타고 유럽여행을 했다.

“넌 시골집하고 서울집하고 어디가 더 편해?”

“시골집” 동생이 당연하지, 라며 대답을 했다.

“사는 건 익숙하고 편한 데가 좋은 거야. 사람의 적응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아? 여행은 좋지, 신선하고, 아는 사람이 없어 자유롭고, 일도 없고 짱이지. 그런데 사는 건 어디에 사나 똑같더라."

    

난 화제를 돌렸다.

“두부야. 동생 이뻐졌더라? 역시 애인이 생겨서 그런가? 살도 많이 빠지고.”

“응 부러웠어.” 녀석의 목소리가 미끄러져 내려갔다.

“너 아침에 동생 데려다주고, 언니랑 강남 신세계 갔을 때 창피했지?” 우리는 세수도 안 하고 강남 신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솔직히 수치스러웠어. 세수도 못 하고 무릎 나온 운동복 입고 나왔는데, 니가 ‘온 김에 신세계 가자.’는데 ‘미쳤나?’ 싶었지.” 그러더니 두부가 웃었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보니까 어때?”

“그냥 열고 들어가 지나쳤음 기분이 그랬을 거야, 쪼그라들더라, 우리가 너무 일찍 갔어.” 계속 그 시간이 황당했었는지 녀석이 계속 웃는다.

“걔들도 집에선 그러고 있어. 그런데 두부야? 난 네가 네 나이에 맞게 조금만 신경 쓰고 살았으면 좋겠다. 언니 봐봐. 그래도 나갈 땐, 머리도 풀어헤치고 화장하고 예쁜 옷 입고 나가잖아. 하이힐 신을 시간도 얼마나 갈지 몰라. 흑흑흑” 나도 이제 나이 50이 훌쩍 넘었다.

“할 수 있을 때 하라고 그때그때 맞는 게 있는 거야. 너도 시집가야지?”

“지금이 좋은데.” 두부는 진실로 산천에서의 생활을 좋아하고 있다.

“난 네가 부모님 사랑도 받아봤고, 친구들 사랑도 받아봤고, 지금은 내가 사랑해 주고 있잖아. 앞으론 너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아봤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이뻐져야겠어? 안 이뻐져야겠어?” 난 두부가 자신과 어울리는 짝을 만나 결혼을 안 하더라도 또 다른은 행복을 느꼈으면 다.

“나 살 뺄까?” 두부의 입에서 드디어 다이어트이야기가 나왔다.

“잘 생각해 봐.” 난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백화점에서 옷 입어보는데 슬펐어.” 내가 두부였다면 속상했을 거다.

“그래 너 나이에 마담 사이즈로 가는 게 말이 되니? 나도 거긴 잘 안 간다.”

차 안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두부가 소리 없이 가만히 생각하고 있다.

“언니 그런데 강남 신세계 좋더라. 나 그런데 처음 가봤어. 광주 신세계는 비교도 안 되던데.”

    

첫 대학등록금을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았던 두부다.

학비는 장학금으로 용돈은 아르바이트비로 충당했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으면 아르바이트비 모아 인도 여행, 유럽 자전거 로드를 한 무서운 아이다.

대단한 두부는 어린 나이에 유럽 여행하며 우프 (WWOOF, World Wild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농장에서 일손을 돕고 숙소와 약간의 급료를 받는 봉사활동)로 여행비도 아끼고 자신의 꿈도 만들어 왔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두부는 나와 살기 전까지 백화점 근처만 왔다 갔다 했다는 전설을 이야기해 줬다.


그래서 난 두부를 데리고 강남 신세계 백화점에 갔다. 녀석, 강남 신세계에 들어서자, 평소엔 보이지 않는 눈동자가 보였다. 진짜 신세계를 본 얼굴이었다.

“언니 입어봐도 되나?”

“왔을 때 다 해봐. 너 여기 손님이야.”

두부 나이 때 아가씨들이 입는 옷들이 하나도 안 맞는다. 그녀는 살이 더 쪄있었다.

“언니 나 살 빼야겠지?”

난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 신세계 지하 푸드코트에서 눈이 더 커졌던 두부.

“언니 여기서 점심 먹고 갈까?”   

'너 무릎 나온 바지 입고 있거든 ㅋㅋ'


이런 두부는 과연 다이어트를 한다고 할까???    


두부야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하면 돼. 언니가 도와줄게.

나와는 너무 다른 어쩌다 생긴 내 딸, 걱정하지 마!



그래도 이번 서울 나들이에 난 득템을 했다.

끌로드 도조메 커틀러리 세트.

하나 남아있는 다가 저렴하기까지. 나는 얼른 안아 들고 계산을 했다.

     

이것으로 대만족.    

이전 10화 서울 나들이. 10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