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집 정리가 빨리 끝났다.
한 반년 이상을 예상하고 시작했는데, 4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8월부터는 난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대회 준비와 축제 준비로 바쁠 것 같아 서둘렀다.
한 달에 2주밖에 못 쉬는 두부가 고생이 많았다.
가끔 도시로 장 보러 가는 나를 위해, 겨우 두 번 쉬는 주말을 그녀가 할애해 줬다.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니까.
6개월 아니 내가 군청 일을 봐줄 때부터 쉬는 날이 없어서 힘들었을 텐데,
두부는 왜 살이 안 빠질까?
아무래도 운동을 왜 안 가는지 물어봐야겠다.
‘뭘 먹여야 하는데. 그래야 넘어오지….’
“두부야. 바빠?”
“말해.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했다.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없어?” 나도 조용히 말을 했다.
“글쎄.” 생각 중인 두부.
“만두 먹을래?”
“언니 안 바빠?”
“응 오전 수업 끝났고, 주문도 끝났고, 작업실에서 서류 정리하면 끝이야.”
“나는 좋지.” 한국에서 만두 싫어하는 사람을 없을 것 같다.
“그럼 집에서 봐.”
“아직도 만들고 있는 거야? 언니 몇 개나 만 들려고?”
“응. 하는 김에 철부지도 불러 먹여야지.”
철부지, 퇴비 날라다 준 착한 놈.
“너도 좀 도와봐. 아니 좀 쪄봐. 맛 좀 보자.”
한판을 쪄와 먹고는 그녀에게 “두부야. 요가원 안 가?”
“언니 나는 힘쓰는 운동을 좋아하나 봐. 그리고 혼자 가니까 심심해.”
동생이 혼자 요가원 가기 싫어서 그러는 건 나도 이해한다.
“그럼 에어로빅을 다녀.”
“나 몸치잖아.” 난 두부야 그냥 누워있고 싶다고 해,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니다 보면 느는 거지.” 살살 달래야지 다그치면 더 엇나가는 게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말을 이었다.
“언니 에어로빅 다닐 때 막대기 같은 사람이 들어왔었거든, 일 년 지나니까 나보다 잘하더라.”
"언니 만두 맛있다." 두부가 또 말을 돌렸다.
그녀는 움직이는 걸 제일 싫어한다. 방바닥에 등 대고 누워있을 때,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하고 드라마를 봤다.
지난 12월 방바닥을 좋아하는 두부를 꼬셔 요가원에 등록했었다.
“두부야, 우리 요가원 다니자?”
“언니도 같이 다니는 거야?”
“그럼. 그럼. 언니랑 내일 가볼래?”
난 두부와 같이 다니기 위해 저녁반을 신청했다. 두부는 한 달 다녀 보고, 1년 장기로 등록했고, 6개월을 등록한 나와 1년 목표한 두부는 열심히 다니려고 애썼다.
두부는 보기보다 뻣뻣했다. 이 정도로 뻣뻣할 수가 있나?
구부려지지 않았다. 어깨는 왜 안 펴지는 거지?
요가 동작을 하는데 그냥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부를 보는데 판다 바오 패밀리가 생각났다.
요가원에 다니며 처음 두부의 몸을 만져 봤다. ‘단단하다.’ 몸이 온통 근육으로 된 느낌이었다. ‘아, 그럼 살이 잘 안 빠지는데.’ 그녀는 남들보다 조금 더 긴 기간을 가지고, 몸을 풀어주는데 우선을 두어야 했다.
그렇담 오래 요가원을 다니게 하기 위해선, 두부를 위해 다이어트의 최대의 적인 스트레스 차단작전 펼치기로 난 결심 했다.
같이 요가원에 다니는 동안, 일단 먹는 음식으로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저녁 식사 메뉴는 요가원 가는 날은 두부가 먹고 싶은 음식, 요가원 가지 않는 날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준비했었다.
근육이 점점 풀어지고 몸이 유연해지자 자신감을 얻은 두부에게 요가복을 선물했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배가 조금씩 들어가는 걸 느꼈는지, 집에서도 연습하고, 나에게 코치도 받는 등 나름으로 열심히 해나가고 있었다.
특히 키즈 입맛을 가진 두부가 조금씩 유연해지는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었던지 먹는 음식에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 정도 두부가 재미를 붙었을 무렵, 저녁에 수업이 많았던 난, 더 이상 요가원에 못 간다는 이야기를 두부에게 전했다. 혼자도 잘 다닐 수 있다면서 걱정 말라고 말했던 그녀가 불안했지만, 조금씩 운동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 난 안심을 하고 있었다. 그 후로 난 아이들의 수업 준비와 프로젝트 준비를 하며, 열심히 두부의 저녁을 챙겼다.
그럼, 여기서 두부는 혼자서 열심히 다녔을까?
처음엔 열심히 다녔지. 푸르뎅뎅한 건 맛없어 안 드시던 분이 건강하게 먹겠다며 채소와 과일도 먹기 시작했다. 방바닥을 좋아하는 그녀가 가끔 요가 동작도 연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 밖에 풀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응 안 그래도 뽑다가 모기가 너무 많아서 들어왔어. 선풍기를 틀고 뽑아야겠어. 얼른 저녁 먹자.”
“바람이 부는데.” 저 녀석 말을 돌리기 시작한다.
바람 부는 날엔 모기가 달려들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바람 부는 날에 잡초를 뽑는 편인데, 아마도 두부는 잡초를 뽑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넌 밥 먹고 요가원 가. 잡초는 언니가 뽑을게.”
“재료 주문은 다 끝난 거야?” 나의 걱정을 갑자기 해주는 동생이 수상하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뽑자.”
"레시피는?" 계속 딴소리 중인 내 동생 두부.
"밥 먹고 하면 돼." 달래고 있는 나.
그런데 두부는 벌써 호미 들고 자리 잡고 앉아 잡초를 뽑고 있다. 요가원에 안 가겠다는 말이다.
“언니 텃밭에 물 줬어?”
“이것만 끝내고 줄 거야.” 난 두부의 샐러드를 준비 중이다.
“언니 걱정 하지 마! 내가 주고 있어.”
텃밭과 꽃밭에 물 주는데 적어도 30분은 걸린다. 갑자기 텃밭 일에 열 일을 하던 두부.
요가원 끝나려면, 아직 몇 달 남았는데.
“두부야 고마워. 오늘은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네. 뭐 먹고 싶어?” 물을 주고 있는 동생에게 물어봤다.
“언니, 족발 먹을까? 오늘 유튜브를 보는데 말이야~ 정말 맛있어 보이더라.”
“어디 족발 먹을까?”
“언니 내가 전화할까?”
"언니 오늘은 누워서 영화 볼까?"
"앉아서 보는 걸로 하자."
두부는 다시 방바닥에 붙었다.
그래, 다이어트는 천천히 하자.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지.
그래도 두부야. 역류성 식도염은 고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