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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l 18. 2023

백화점 보다 재미있는 공구마트. 12

다이어트 -13

“엄마, 두부이모는 엄마를 진짜 엄마로 생각하나 봐.”

“왜?”

“뭐라고 해야 하지, 우리 둘이 있으면 이모 기분이 깔아지는 것 같아.”

“너도 그렇게 느껴져?”

“응.”

“넌 괜찮아? 엄마가 이모한테 잘해줘도.”

“난 엄마 아들인데. 나밖에 없지?”

“그러취 내 아들~ 언제 내려올 거야?”

“나 알바. 공부도 해야 되고. 엄마가 올라오면 안 돼?”

“왜 안돼! 엄마가 올라갈게. 사랑해~”

“엄마 나도 사랑해~”  

   

두부가 퇴근을 했나 보다, 녀석이 주차하는 소리가 집 안까지 들린다. 그리고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문을 빵 차고 들어오자마자, “언니 밥 줘! 나 오늘  힘들었어.”

하하하 난 그냥 웃지요~

성동일이 ‘개딸, 개딸’하던 이유가 이런 건가?     


“두부야~ 어제 온 선반이랑 조립해야 하는데 언제 해? 내일 할까?”

“그럼 우리 공구 마트 가야 해?” 두부는 공구마트를 좋아한다.

“왜? 너 쉬는 주야?

드릴 사려고. 나 이번주 쉬지."   녀석이 드릴을 사야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사려나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들인 공구들

미장 : 흙손(대중소), 헤라,

공구 : 드라이버(일자, 십자), 펜치, 니퍼, 철사, 타카, 실리콘, 망치, 해머, 도끼, 톱, 전기릴선 45m, 선풍기(대), 양손 전지가위(1.5m) 늘어남

정원 : 쇠스랑, 삽, 괭이, 갈퀴, 호미, 낫, 전지가위(무려 오만 원), 케이블타이, 분무기(농약 12리터), 고춧대(대, 중)     

이것들이 다 제 것이라 주장하는 두부양.     


두부는 벽에 농기구들을 주르륵 걸고, 빠레트 세워 공구들 모셔놨다.

“언니 걱정 마! 내가 대리님 기계 고치는 일 도와주느라고 많이 써봤어.”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뿜뿜거린다.

공구 이름도 잘 안다는 그녀, 자신이 책임진다고 큰소리다.     

사실, 두부는 똥손이다. 회사 사람들도 나도 알고 있는데 본인만 모른다.

그런 그녀가 전구 한번 안 갈아본 내 앞에선 잘난 척했다.


난 공구를 써본 적이 별로 없다. 사실 쓸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전구는 갈겠지?’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내 경험담을 들어보면 이해해 주셨다.     


그때.

시드니, 록스라는 곳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한국에 하얀 눈이 오는 겨울이 오면, 시드니엔  크리스마스 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참 무더웠었지,

그때도 손님들로 붐볐다.

그 바쁜 와중에 대형 튀김기 옆 냉장고 콘센트에서 불이 났다.

바로 내 옆에서…. 활활 타올랐다.

그 후로 전기가 무섭다.     


“그건 그렇다 치고. 다른 공구는?” 두부가 물어본다.

“지금까지 써볼 일이 없었지.”

“언니 드라이버도?”

“ 나 한번 해본 적 있네! 드라이버. 학생들이 카페에서 일할 때.”     


전화가 왔다.

“교수님 큰일 났어요.”

“누가 다쳤어?”

“아니요. 손님 카드가 쇼케이스 냉장고 안 틈바구니로 빠졌어요.”

냉장고 틈바구니로 들어가 버린 카드. 주말이라 냉장고 수리기사도 부를 수 없고...

“드라이버 줘봐.”

드릴도 없이 내가 드라이버로 냉장고를 분해했다. 그리고 다시 조립도 했다.

아이들이 박수를 쳐줬었다.

어떻게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오븐도 분해했었다. 그리고 다시 조립해 본 적이 있다. 어떻게?

사람은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했는지. 생각이 안 나.”   

  

우린 선반 조립을 위해 공구마트로 출발했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쇼핑몰, 공구마트.


텃밭을 만들기로 한 날부터, 읍에서 제일 큰 공구마트에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장님도 섹션별 직원분들도 우리를 피했었다.

“직원 1님, 호미 종류가 이렇게 많나요?"

"텃밭은 크지는 않은데 돌이 많아요.”

“직원 1님, 전에 사간 호미가 이상해요."

"동생이랑 제가 왼손잡이라. 낫도 왼손잡이용이 있나요?”

“그럼 호미 두 개, 낫 하나 주문해 주세요.”

질문이 많은 우릴 직원분들은 좋아하지 않았었다.


두 번째 방문, 직원 1이 우리를 보자 전화기를 드셨다.  저기 직원 2가 보였다.

“아저씨 흙손이요?”

“전에 사 갔잖아요.” 어떻게 알았지? 보고 있었나?

“작은 게 필요해요. 큰 것도 그냥 살까요?”

“그냥 종류별로 다 가져가요.” 그러면서 적당한 걸 골라 주셨다.

우리와 대화하는 걸 직원분들이 너무 답답해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줄기차게 질문을 하고 여러 가지 공구들 사들였다.   


어느 날, 직원 1. 2가 다가왔다. 직원 3도 궁금한지 슬금슬금 주위를 맴돌았다.

“가지 치는 가위가 있던데, 얼마나 큰걸 사야 해요?”

난 대왕 가위를 가리켰다.

"가지 두께가 어느 정도 돼요?"

"이 정도." 난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동글게 말아 보여줬다.

직원 1이 손보다 조금 큰 가위를 주셨다.   

"이걸로 돼요?" 난 이해가 안 갔었다.

"이걸로 안 잘라지면 톱질을 해야지."  그렇구나.


또 한날,

“아저씨, 망치를 몇 번 안 썼는데 머리하고 나무가 분리됐어요.”

직원 1이 망치를 보시며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을 부르는 게 어때요? 내가 소개해줄게.”

“아저씨 아직 할만해요.” 두부가 신이 난 목소리로 쇼핑 바구니를 돌리며 돌아다녔.

“언니, 함마를 살까? 망치로 여러 번 하느니 한꺼번에.”

“함마는 뭐야?” 난 눈을 동그랗게 떴었다.    

직원 1. 2. 3 그리고 사장님이 두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날

“인터넷에 보니까 요렇게 생긴 게 있던데.”

“그냥 찾아서 보여주세요?” 사장님 이젠 우릴 보지도 않고 말씀하셨다.

"눼."


이렇게 우린 공구마트 스무고개를 즐기는 단골이 되었다.

우리가 공구 마트에 들어서면 '너희 또 무슨 일이니?' 하며 다들 몰려와 주셨다.

고마우신 분들. 감사합니다.    


우리의 쇼핑리스트는 드릴.


“사장님 제일 튼튼한 드릴 주세요. 보쉬가 좋은 거죠?”

“이젠 집도 지으시게?” 사장님 우릴 빤히 쳐다보신다.

“그럴 리가요.”     

'카톡' 문자 알림이 왔다.

"문자 왔네."사장님 말을 던지시고 저쪽으로 가신다.

“두부야 이 선생님 부부가 소고기 사 오신다는데?”

"이 제품으로 들고 가세요. 이 정도면 웬만한 건 다 해. 이걸로 못하면 사람 불러야 해요." 사장님 단호하셨다.

우리가 드릴을 요리조리 살펴보자 사장님이 "손님 오신다며 얼른 가야지. 믿고 가져가요." 하며 웃으셨다.

그래 사장님을 믿어야지 두부와 나는 서로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두부의 스파크에 올랐다.

오늘도 무사히 좋은 제품사서 가지만, 우리 집에 드릴 쓸 일이 많나?

'다음엔 시원 커피라도 사다 드려야지.'


“언니, 의원님 시간이 나신 데?”

“그런가 봐. 빨리 가자.”     

“일단 내가 밥하고 있을 테니까. 차 한잔 대접하고 집 구경시켜 드려.”

나는 밥을 하고 두부는 집은 치우지도 않고 드릴 충전을 시작한다.

“두부야. 빨래. 빨래.”     


이선생님 부부가 오셨다.

“뭘 이렇게 차렸어? 간단하게 고기나 구워 먹으러 온 건데.” 선생님이 허허 웃으셨다.

“텃밭 정리도 다 끝났네. 잔디도 너희가 심었다며?” 의원님은 신기하다는 듯 여기저기 살핀다.

“이 바닥도 제가 미장한 거예요. 하하하” 난 자랑스럽게 테이블이 놓인 바닥을 가리켰다.

“니들 이러다 집 짓는다고 하겠다.” 의원님이 시멘트 바닥을 살피시며 말씀하신다.

“아까도 그런 소릴 들었는데.”    

"그런데 두부는 살이 더 쪘어? 안 힘들었나 보네."  사모님 팩트를 날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웃음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그런데 두부야. 드릴 좀 그만 들고 다녀!

놈에 드릴 숨겨놔야지.


두부야. 몇 년 살다 진짜 우리가 지어 볼까?  


'마당 식당' 첫 손님, 이 선생님 부부 (초상권 보호를 위해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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