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 연기와 계엄 항명 포상 논란 속, 군 인사제도의 딜레마
2025년 7월,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영관급 장교 진급 발표를 전면 연기했다. 일반적으로 장성급 인사에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정이 조정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영관급 장교 인사가 연기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것도 중령, 대령 진급을 앞둔 이들 수백 명이 하루 아침에 대기 상태로 전환되었다. 갑작스러운 발표 연기. 그 배경에는 ‘12·3 비상계엄’이라는 군 내부의 민감한 사건이 있었다.
이번 진급 연기 결정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다. 국방부는 지난 12·3 사태 당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장병들을 파악하고, 이들의 행위가 정의롭고 합리적이었는지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이번 진급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마디로, 특정 상황에서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군인들에게 ‘포상’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군 인사제도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전환점이다. 군대란 명령에 복종하는 조직이다. 군기가 생명이고, 상명하복이 조직 유지의 핵심이다. 그런데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행위에 대해 “공적이 있다”며 포상하거나 진급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군 철학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국방부는 이를 ‘신상필벌’의 원칙이라 설명했다. 불법적인 계엄 명령을 수용하거나 침묵한 이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반대로 부당함을 인식하고 그것을 거부한 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불법 계엄에 대한 신상필벌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군의 정의와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일견 타당한 접근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다층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군 내부에서 나온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엄 관련 부대에 투입되거나 그 명령을 실제로 접했던 이들에겐 이번 조치가 큰 보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다른 지역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던 부대, 특히 향토사단 등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계엄 상황에 투입되지 않았던 것도 내 책임은 아닌데, 왜 우리는 아무런 기회도 없는가’라는 불만이 현역 장교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공정성의 문제로 번진다. 진급은 군인의 가장 중요한 경력 관리 요소 중 하나이며, 극심한 경쟁 속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특정한 사건의 ‘정의로운 행동’을 기준으로 포상이 이뤄진다면, ‘그 사건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의 정의는 어떻게 평가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가졌고, 없었기 때문에 평가도 받지 못하는 구조는 ‘군 복무의 평등성’이라는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또 다른 논란은 군 기강의 이완 가능성이다. 어떤 상황이든, 명령을 받으면 따르는 것이 군대의 기본 원칙이다. 이는 비효율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복무의 일관성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런데 명령을 거부하거나, 상부의 지시에 반기를 드는 것이 훗날 진급의 자격이 될 수 있다는 ‘사례’가 생긴다면, 이는 조직 내부에 불확실성과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물론 ‘무조건적인 복종’이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명령은 법과 헌법, 양심을 근거로 이뤄져야 하며, 상관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명백히 위법한 지시는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군인에게도 있다는 판례와 원칙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립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거부가 ‘징계나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포상의 대상’이 된 사례는 없었다. 이번 결정은 그 기준을 제도적으로 바꾸겠다는 시도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러한 인사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군 조직을 어떻게 재편성할 것인가”라는 방향성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정의롭고 민주적인 군대를 만들자는 대의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의가 특정 정치적 사건과 연동되거나, 단기적인 여론에 따라 유불리를 가르는 ‘사후적 포상’으로만 기능한다면, 이는 또 다른 불공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군 인사 정책은 단발성 이벤트나 특정 사건의 수혜자 중심으로 운영되어선 안 된다. 한 명의 진급은 그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수십 명의 탈락자와 계급 체계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단 한 명의 포상이라 하더라도, 철저한 기준과 균형 잡힌 시야, 그리고 전체 군의 기강과 미래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영관급 진급 연기와 계엄 항명 포상 조치는, 대한민국 군이 처한 시대적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한두 명의 진급 여부나 보상 문제가 아니다. ‘군은 무엇에 복종하고, 어떤 가치를 인정할 것인가’, ‘조직 기강과 양심 사이의 균형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결국 이 논쟁은 우리 사회가 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군인이란 누구이고, 그 책임과 권한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집단적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 이 논의의 끝에서 진정한 정의는,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보다, ‘그 결정이 군이라는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성찰하는 태도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