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작가, 엄마, 그리고 ‘나’

나의 여러 얼굴들, 하나의 강물

by 루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교육에 참여하게 되면 늘 마주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소개.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저는 어김없이 0.5초 정도 멈칫합니다.

멍해진 머릿속에서는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복잡한 계산이 시작되죠.

'개발 PM 강사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시스템 기획 강사 준비 중이라고? 3N 출신 시스템 기획자? 아니면 작가 지망생?'


결국 입에서는 "안녕하세요. 3N 출신 기획자이자, 현재 퇴사 후 프리랜서 준비 중인 이○○입니다"라는 말이 겨우 나옵니다.

복잡한 정신 속에서 간신히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분명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바쁘게 살아왔고, 지금도 저 자신을 위한 새로운 여정을 찾아가고 있는데, 왜 나 자신을 소개하는 일은 이토록 어렵게 느껴질까요?


여러 개의 얼굴, 하나의 마음

오후 2시. PC를 켜고 브런치 글을 씁니다.

오전 필사에서 얻은 교훈과 삶에서의 경험 속에서 소재를 얻어, 저는 완전히 '작가'로 변신합니다.

내면의 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경험과 성찰을 한 문장 한 문장 정성껏 빚어냅니다.

이때의 저는 섬세하고, 사색적이며, 때로는 세상의 시선에 상처받기 쉬운 존재입니다.


오후 4시. 집안일을 합니다. 밀린 빨래를 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 이때의 저는 오롯이 '주부'입니다.


오후 6시.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옵니다. "엄마, 오늘 저녁 뭐야?"라는 질문에 '엄마'의 역할로 자연스럽게 전환됩니다. 아이의 하루를 온전히 들어주고, 함께 공부하며, 숙제를 도와줍니다. 이때의 저는 따뜻하고, 인내심 있으며,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존재가 됩니다.


저녁 8시. 줌 화면을 켜고 "안녕하세요. 잘 보내셨나요?"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이 1시간 동안 저는 완전히 '강사'가 됩니다. 학생의 근황을 묻고, 과제를 검토하며, 업무 사례를 곁들인 15년 경력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하죠.

이때의 저는 확신에 차 있고, 전문적이며, 믿음직스럽습니다.


하루 종일 여러 얼굴로 살아가지만, 하루의 끝에 침대에 누우면 어김없이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오늘 '나'는 있었던가?"

명상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던지는 물음이지만, 아직도 그 답을 온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삶의 여러 면에서 드러납니다.


나를 만나는 시간

그래서 '나'를 만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진 가치 중 어떤 것을 세상과 나눌 수 있는지?"


세상이 아직 깊이 잠든 고요함 속에서, 제 안도 고요해집니다.

그 고요 속에서 저를 만나고, '필사'를 통해 제 마음을 깊이 돌아봅니다.

처음에는 이 시간마저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몇 주가 지나니 깨달았습니다. '가치'가 없는 '결과물'은 결국 휘발되어 버린다는 것을요.

콘텐츠가 아니라 '나'를 찾고, '나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시간이 절실하다는 것을요.


새벽 명상 속에서 저는 그저 '나'입니다.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강사도, 누구의 작가도 아닙니다. 그저 숨 쉬고, 이 순간에 존재하는 한 사람입니다.

필사를 통해 다른 작가의 문장을 따라 써보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생각들이 조용히 깨어납니다.

이것 또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 마음을 위한 일입니다.

오늘 하루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나'는 비록 누군가에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것들이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나만의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가닥을 잡아줍니다.


완벽하지 않은 나

완벽함이 아니라 탁월함을 위해서 노력하라.
< H. 잭슨 브라운 주니어>

하루 계획대로 모두 실천하며 완벽하게 보내는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분명 있습니다.

때로는 마지못해 몰아서 하루의 To-Do 리스트를 끝내고 스스로 죄책감에 쌓이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브런치 글의 조회수도 높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세상이 나를 외면하는 것만 같고, 결과도 없이 과정만 반복될수록 지쳐만 갑니다.

'과연 내가 하는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의심만 생깁니다.


하지만 '역할'을 분리해서 생각해보니, 각 역할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마음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고, 한 조각이라도 금이 가면 전체가 깨지는 것처럼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분리된 내 역할들이 모두 '나'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저는 강사이면서, 엄마이고, 작가 지망생이자, 창업을 준비 중이며,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나'입니다.

이것들은 분리된 역할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입니다.

마치 강물처럼요.


아직은 저를 소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나를 내보이기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저보다는 미래의 저를 내보입니다. 언젠가 저는 지금보다 더 빛날 테니까요.




에듀 코카라는 교육 참고 사이트 입니다. IT 및 작가 관련 교육 무료로 들을 수 있어 참고합니다 ^^

https://edu.kocca.kr/edu/main/main.do

keyword
이전 16화나의 하루를 프로토타이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