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은 타이틀이 아니라 태도다

진짜 나를 만드는 시간

by 루니

"안녕하세요. 게임 기획자 OOO입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게임 기획에 대해..."


강의의 첫 시작은 인사와 함께 나의 경력 소개로 이어집니다.

3N 출신이자 K에 재직 중인 기획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회사에 재직한 경험이 있는 '나'는 겉으로 보기엔 분명 멋져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제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라 치열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시스템 밸런스를 잡기 위해 야근했던 시간.

임신한 상태로 밤을 새웠던 기억.

주말도 없이 일했지만 임신의 이유로 누락된 승진.


그 속에서 게임 개발에 대한 열의가 사라진 나.

모든 경력은 '타이틀'이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을 버텨내고 만들어낸 저의 '태도'로 쌓인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늘 제 타이틀에 관심이 많습니다.

몇 년 차인지, 어떤 회사에 있었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경험했는지.

물론 이해합니다. 그것들이 사람을 파악하는데 가장 빠르고 명확한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진짜 경력은 그런 목록 속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일했는가?'

'어떤 자세로 어려움을 견뎌냈는가?'

'무엇을 위해 일했는가?'

'무너졌을 때 어떻게 다시 일어났는가?'와 같은 질문들 속에 진짜 경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타이틀은 명함 한 장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태도와 철학은 오직 시간과 경험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저는 커리어보다는 일의 태도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면 살았습니다.

'누가', '어떤 것을 원하고', '내가 무슨 의도로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도와 목적이 게임 내 반영되었을 때 게임 세상은 명확한 색상을 띠고 그 내면의 이야기를 온전히 가치 있게 보여줄 것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퇴사 후, 저는 다시 나만의 일을 '명확히' 보기 위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새롭게 나만의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내'가 잘한다는 시선으로 포지션으로 옮겨 비교가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내'자신이 더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년의 경력이 단절된 지금.

나는 예전보다 더 '나'를 더 잘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록 회사에 다닐 때처럼 풍족하지 않고, 남들이 보기엔 초라한 패배자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합니다.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으니까요.





keyword
이전 17화강사, 작가, 엄마,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