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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Jul 12. 2023

나를 살려주는 간식, 초콜릿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간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과자보다는 빵, 빵보다는 밥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늘 가지고 있는 의문이 있었다.


나는 간식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살이 찌는 걸까?


억울하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저주받은 체질이 바로 나일까? 생각해 보면 밥을 많이 먹었으니 살이 쪘을 거다. 간식 없이도 충분히 살이 찔 만한 식단이었을 터. 다이어트는 평생 간다더니 나와 간식은 영영 함께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라 생각했다. 끌리지도 않는데 살이 찌는 초콜릿은 이번 생애엔 인연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뭐든지 영원이란 없다. 쉽사리 무언가를 단정해서도 안된다. 출산을 한 나는 우리 엄마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당 떨어진다”라는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사람이 되었다. 밥을 먹고 돌아서서 설거지를 하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그렇게 먹었던 밥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허기짐을 만나게 된다. 내가 먹은 건 식사가 아니었나? 왜 이렇게 금방 배가 꺼지는 거야? 공복시간이 길어지면 손 끝이 떨리는 느낌도 받게 되었다.


그 순간,



허기짐을 참지 못해 아이에게 주려고 사놓았던 초콜릿을 삼켰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초콜릿이 내 혀 위에서 녹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짓말 같게도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떨리는 손끝에도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때서야 엄마가 늘 가방에 작은 초콜릿과 사탕등을 넣어 다니셨던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어릴 적 내가 보았던 엄마의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젠 나 또한 어엿한 중년의 아줌마, 주부가 되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과 대면하게 된 그날이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들었다.


“잘 챙겨 먹어, 그러다 쓰러진다”


라고 말하시던  엄마의 그 잔소리가 머리 속을 울렸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가 된 나지만 엄마 앞에서는 늘 어린 딸일 뿐이라는 걸 왜 그땐 몰랐을까.

 



그 후 엄마랑 이 일에 대해 통화를 하면서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그것 봐 너도 이제 당 떨어진다는 말이 먼지 알겠지?
가방에 조금씩이라도 간식거리를 챙겨 다녀”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왈칵 나버렸다. 엄마도 딸이 드디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신 듯했다. 언제까지나 젊고 팔팔했을 것만 같은 딸이 이제는 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걸.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는 그런 감정들이 함께 섞여 있었다.  


건강을 위해선 좋은 것을 챙겨 먹어야 한다지만 힘든 집안일과 육아의 틈새에서 혼자 조용히 삼키는 초콜릿 한 조각은 나를 살려준다. 그 달콤한 힐링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주부를 살리는 간식,  바로 그 초콜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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