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라떼 Jul 26. 2023

당신이 가지 말아야 할 그 모임

이런 모임은 피하세요 

주부가 되고 나선 회사를 다니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을 만나 교류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쉽지 않다. 육아라도 시작해서 애엄마 타이틀을 따는 순간 '친구 만나기'라는 건 마치 사치와도 가까운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아이 친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우연찮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이야기가 깊어지고 또 깊어져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저런 말들을 하게 된다. 그러고선 서로의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우리~ 왜 이제야 만난  거예요


라고 말을 한다. 세상의 단짝을 지금 만난 것처럼. 내가 지금까지 입에 거미줄을 치고 살았던 건 꼭 이 사람들을 만나기 위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이제야 만난 것은 운명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두 손을 꼭 잡고 그렇게 외쳤을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빨리 달궈진 것은 빨리 식어 버리고 만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모임이든 만나자마자 급속도로 친해지는 것은 조금 경계해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태주 시인의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처럼 사람들과의 관계는 시간을 두고 조금 오래 보는 것이 좋다. 좋은 면만 보여주기에도 바쁜 시간이기에 처음엔 서로를 진솔하게 꺼내 보여줄 시간이 없다. 그러다 누구나 그렇듯 관계가 지속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실수하고 만다. 그러고 밤새 이불킥은 덤!  


젊었을 때도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사람 보는 눈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모임은 만나자마자 서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바빴다. 반면에 어떤 모임은 팩트만 이야기해 준다며 서로에 대한 험담만 늘어놓기 바빴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좋은 나였지만 어떨 때는 기 빨리고 도망치듯 나온 모임도 많았다. 


집안일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억지로 그렇게 나갔던 모임에서 값진 경험들을 얻게 되었다. 사람은 오래 봐야 알 수 있다는 것. 처음부터 너무 긍정적인 면만 보는 모임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모임도 좋진 않다는 거 말이다. 특히 너를 정신 차리게 해 줄게 라며 독설만 날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은 쿠크다스 멘탈을 가진 나 같은 사람들이 절대 가선 안 되는 모임이다. 그 사람들은 내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독한 말에 산산이 부서지는 내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그걸 자존감 도둑들의 모임이라 칭하고 싶다. 


 내가 나가고 있는 모임에 '자존감 도둑'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들은 다양한 가면을 쓰고 다양한 말로 나의 자존감을 도둑질해 간다. 나의 모자란 자존감을 누군가를 만나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을 버린다면 나는 더 이상 자존감 도둑들의 표적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굳이 내가 그 사람들에게 맞추기 위해 변하려고 애쓰지 말자.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좋아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모임으로. 우린 그런 모임만 나가기에도 이젠 시간이 모자라는 주부니까. 


이전 08화 주부의 책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