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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케이 May 20. 2024

미국 대학교 4학년,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하다

나는 말하는 감자일 뿐이지만

졸업학년의 부담감

지난 글을 통해 동아리도 하고 인턴도 하고, 자기 성찰의 시간도 갖으며 나름 야무지게 대학생활을 한 것처럼 포장했지만 막상 4학년이 되었을 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코로나 기간은 특히나 빠르게 지나갔다 보니 정말 눈 감았다 뜨니까 졸업을 앞둔 기분이었다.

때문에 캠퍼스로 복귀해 오랜만에 보는 교수님, 자주 가던 식당 사장님들과 반가움을 나눈 것도 잠시, 얼른 뭐라도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그전에 이것저것 검색해 보고 일하면서 쌓은 얄팍한 데이터에 기반해서 생각해 보았을 때 임상 심리라는 전공을 제대로 살리려면 대학원 진학은 필수인 듯했고, 굳이 전공을 살릴 생각 없이 취업부터 하려면 HR, 소비자 심리 마케팅 관련한 직무에 지원하는 쪽이 제일 잘될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대학원 지원서를 다 넣어놓고 취업도 준비해 볼까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순간이 왔구나 싶어 하나로 확실하게 결정을 하기로 결심하고 선배들과 교수님들께 자문을 구했다. 다들 각기 다른 경험과 배경에서 온 소중한 조언들을 주셨지만 공통적으로 많이 강조하신 부분은 바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 몇 가지를 해 보라는 것이었다.

Why: '취업을 하고 싶다면 왜? 대학원에 가고 싶다면 그것도 왜?'

What: '취업을 한다면 어떤 직장인이 되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대학원에 간다면 어떤 공부를 더 하고 싶어?'

What Next: '그렇게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에 가서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가 뭐야?'

대학원을 졸업해도 심리/교육업계에서 일한다면 아마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에 취직하는 케이스에 비견할만하거나 그보다도 낮은 초봉을 받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수록 내 꿈은 단순히 어떠한 직업이나 부의 수준 같은 명사가 되는 것을 넘어 '나와 비슷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동시에 나의 삶 안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풍요를 갖고 싶다' 같은 동사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학생들을 상담하는 게 평생 경제적 풍요에 조금도 가까워지지 못할 수준의 일도 아닌 것 같고. 막상 대학원에 가서 나한테 상담이 안 맞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해도 회사에 취업하는 경로가 아예 막히는 건 아니고. 그와 비교해서 취업을 먼저 해 버리면 왠지 학교로 돌아가기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아주 많아질 것 같고. 이런 생각 끝에 나는 결국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당시의 내 꿈과 더 어울리고, 추후에도 나에게 더 많은 경로를 옵션으로 쥐어주겠구나 싶어서 석사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석사 v. 박사, MFT v. M.Ed

석사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알아본 이유는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나 자신에게 박사를 할 만큼의 확신이나 '외골수' 성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사를 하려면 적어도 몇 년간 한 분야, 나아가 하나의 연구 주제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어느 다른 것도 아닌 그 관심과 본인에 대한 믿음을 가장 큰 동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나는 내적 동기만큼이나 외적 동기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노력을 다하면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고, 지금도 상당 부분 이상 그렇다.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상담의 실무적인 영역이지, 관련 연구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상담에 대해 조금 더 배우고 나서 학구적으로 파고들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그때 박사 프로그램 지원을 고려해 보는 것이 더 맞겠다고 간주되었다.

그렇게 석사로 옵션을 좁히고 나서도 한 가지 남은 고민은 상담 심리학에 특화된 프로그램(MFT)을 택할 것인지, 교육 상담학에 특화된 프로그램(M.Ed)을 택할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전자를 택하면 아마 졸업 후 대학원이 위치한 주(state) 정부에서 요구하는 수련시간을 추가적으로 채운 후에 시험을 봐서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진로를 걷게 될 터였다. 반면 후자는 학생 상담을 비롯해 여러 행정 업무를 소화하는 대학교 교직원으로 시작해서, 추후에 원한다면 수업을 듣고 수련시간을 채운 후에 학교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진로로 이어질 확률이 컸다.

고민 끝에 후자를 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로, 한국에 돌아와 국제학교에서 일하다 대학 진학 상담과 심리 상담을 동시제공하는 개인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나의 장기적인 목표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미국 대학 입학처나 관련 부서에서 교직원으로서 업무 경험을 쌓는 것만큼 학부모들께 확실한 신뢰성을 입증하는 방법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둘째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직접 문의한 결과 교육 상담학 석사도 한국에서는 임상심리사 또는 상담심리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재학해야 하는 상담 관련 학위 프로그램으로 인정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곧 내가 마음을 바꿔서 심리 상담에만 주력하고 싶어진다 해도 한국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에는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안심이 됐다.

셋째로, 상담 심리학 프로그램 졸업 후에 수련시간을 채우려면 상담 관련 기관에 채용이 돼야 할 텐데 그러한 기관의 채용 안전성이 H-1B Cap Exempt 고용주인 학교보다 훨씬 덜하다고 판단되었다. 2년을 공부하고서도 수련을 채 마치지 못해서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다면 석사 학위의 의미 자체가 없어질까 걱정되었다.

그렇게 교육 상담학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입학해서 다닌 결과 아직까지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적어도 나처럼 때에 따라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설 때는 단기적, 장기적인 목표를 둘 다 고려해서 옵션이 하나라도 더 많은 쪽을 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H-1B Cap Exempt에 대해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참고자료:
https://interstride.com/blog/what-are-h-1b-cap-exempt-j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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