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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하루
시골 갔다 고속터미널에 내렸다
옥정신도시 직행 노선은 아직이라
도봉산역 행 7호선으로 갈아탔다
붐비지 않았으나 빈자리는 없었다
백팩에다 한 손엔 쇼핑백 들고 선 채
버스에서 읽다만 책을 읽고 있었다
한 청년이 부산하게 차내를 오가더니
면전에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상한 사람이 하도 많아 신경 쓰인다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청년인 듯
읽던 책으로 얼굴을 가려 시선을 피했다
청년은 다른 칸으로 옮겨 갔다
종점에 가깝자 승객들은 내릴 채비 하는데
노약자석 어느 아주머니 여전히 졸고 있다
깨울까 하다 어련히 눈 뜰까 싶어 그만두었다
전동차가 종점에 막 도착할 즈음
어디선가 짠하고 다시 나타난 그 청년
졸고 있는 승객 발끝을 살짝살짝 건드린다
깜짝 놀란 승객, 종점임을 알아채고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청년에게
" 어마나, 감사합니다 ^.^ "
귀찮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책으로 눈길 피한 "나"라는 인간
넓은 지하철 어디에도 숨을 곳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