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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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은 에어건을 쏘며 신발의 흙먼지를 털어 내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자 바짓단까지 꼼꼼히 바람을 쏘던 효진이 돌아보았다. 시린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완전 반대로 내려온 거 알아? 전화도 안 받고.”
효진은 대답 없이 내게 에어건을 건넸다. 나는 건네받은 에어건을 신발에 쏘며 제부에게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는데. 치이이이이이이칙-치이이익. 신발에선 끊임없이 흙먼지가 풍겼고 거센 바람 소리에 효진은 내 말을 듣지 못했는지 휙 등을 돌려 마저 길을 내려갔다.
큰길에 나와서는 각자 택시를 불렀다. 나는 집으로, 효진은 자신의 신혼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효진의 택시가 먼저 잡혔지만 막상 앞에 도착한 택시는 내가 호출한 차량이었다.
“기다려 줄게.” 내 말에 효진은.
“아냐, 먼저 가. 언제부터 언니가 날 걱정했다고.”
내 등을 떠밀어 택시에 태우곤 문을 닫았다.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곧장 창문을 내려 효진에게 당부했는데, 대답을 듣기도 전에 택시가 출발하며 효진과 멀어졌다.
언제부터 언니가 날 걱정했다고,라니. 마지막 말이 왜인지 신경에 거슬려 길에 혼자 남아 있을 효진을 돌아봤다.
“지, 하고 싶은 대로 잘만 살았으면서.”
사나운 마음이 만들어 낸 말이 불쑥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졌다. 모난 돌멩이를 밟고 선 듯 찌릿한 감각이 발뒤꿈치에서부터 시작해 발바닥 안쪽을 번쩍 훑고 지나갔다. 전에 앓았던 족저근막염이 다시 도진 것일지도 몰랐다. 이제 와서 졸업식 얘기는 왜 꺼내는 건데. 등산화에 양말까지 벗어 발바닥을 살폈다. 어제 붙인 뽀로로 밴드가 너덜너덜 다 떨어져 있었고, 어떤 것 하나는 전혀 엉뚱한 곳까지 밀린 채 말려 올라가 있었다. 살갗이 벗겨진 자리엔 점점이 피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어쩌라고.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건데. 순간 짜증이 확 몰려왔다.
하루 늦게 찾아올 근육통과 발바닥의 통증이 걱정될 뿐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