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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Jul 25. 2020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하루만 살고 싶어

언젠가 그곳에 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곳에는 수직의 절벽이 있었다. 그 뒤로 멀고 희미하게 둥근 산이 보였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옷이 젖었지만 비 피할 곳을 찾지 않았다. 바다를 보고 있는 소녀가 있는 빨간 등대에서 나도 바다를 보았다. 오목한 자국을 며 비가 바다를 적시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짙은 물 냄새가 났다. 검은 돌 틈에 핀 유채가 흐릿한 허공에서 노란 꽃을 나풀댔다. 나는 오랫동안 참았던 숨을 토하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좋다."


포구에는 비 소리만 들렸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갈 길이 멀어서였다. 작은 공터가 있는 서 버스를 탔다. 버스가 출발하고 그곳과 멀어질수록 마음에 담 어딘가를 떠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등대와, 바다와, 작은 마을. 그 마을로 접어드는 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차창 밖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곳에 있던 내가 그리웠다. 다음 온다면 하루를 묵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그곳에 갔을 때는 가을. 그곳으로 가는 길 하늘과 맞닿은 언덕에는 갈대가 날리고 있었다. 목이 아픈 줄 모르고 고개를 들어 갈대 보며 걸었다. 빨간 등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새가 났다. 바삭 공기 속을 지나 짤한 가을바다 냄새였다. 바다는 구슬을 엮어 굴리듯 잔잔 파도를 일으키며 빛을 다.  빛 아래 반짝이는 비늘이 덮인 이 맑은 물고기 살고 있을 것 같았다. 그곳의 가을은 풍요롭고 . 나두 개 마음을 품은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언젠가 비를 맞으며 바다보던 나 조심스레 찾았다. 가 있 은 아름답고 쓸쓸.  나는 곳에 오래 머물지 . 다음에하루를 묵고 가야겠다고 생각했.


세 번째 그곳에는 장미가 있었.  돌담의 검은빛과 섞여  붉은빛을 내었다. 장미가 보일 때마다 사진 찍었다. 사진 속 장미를 보면 모두 게 그것인 것처럼 같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매번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장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달랐다. 가시에 찔 손가락 끝에 송글 거리던 피가 작은 떨림에 빨갛게 번지듯, 한송이 한송이에 담긴 장미의 붉은빛이 마음에 담겼다. 마을 끝에 도착하니 바다가 보였다. 바다가 푸른색으로 보이다 붉은색으로 보이다 다. 이상하지 않았다. 내 마음 장미의 붉은빛이 않아서였다. 그날도 나는 그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하루를 묵어야겠다고 생각했.


지막 그곳에  다. 처럼 생긴 리조트와 낯선 식당이 어색하게  자리 잡고 . 허전했다. 허물없이 마음 나누던 친구를 잃어버린 것처럼. 러나 푸른 다와 병풍 같은 절벽,  보이는 둥근 , 다정히 마주있는 형제 그대로였다.  지난 장미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피어있고 달아 유채 피우고 있었다. 얼떨떨다. 꽃들을 보다 시 계절을 잃어버릴 뻔했다. 러나 그러면 좀 어떤가. 반고 애틋해 마음이 붉게 아릴 만큼 으면 된 거지. 그날나는 그곳에 오 머물지 . 다음에 오면 하루를 어야다고 생각했.


아쉬운 일들이 많다. 예전 같으면 버스라도 타고 잠시 콧바람을 씌고 왔을 텐데. 못된 바이러스 때문에 떠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요즘. 이제는 정말 하루를 묵기 위해 그곳에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고요한 포구와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 소녀가 있는 빨간 등대. 바다 위에  자국을 내는 비에 기꺼이 내 몸을 내줄 수 있는 곳. 그런 그곳에 마음 두는 이유를 말해보라 하면 장황하게 이야기 하지만 정작 핵심은 없는. 그런데도 그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 사라지지 않는. 하긴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하고 만나기를 바라는데 이유가 있을까.  없으면 그리워하면 되는 것이,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볼 수 있는 날이 있겠지. 


그래서 소망해보는데. 어느 날 기별 없이 그곳에 갔을 때 문을 열면 고요한 포구와 빨간 등대와 바다가 보이는 작은 방이 있었으면 좋겠네. 꾹꾹 참아왔던 한숨 휴~ , 그 방에 툭~하고 짐을 풀고 하루를 묵으면 좋겠네. 파도소리와 바람소리와 빗소리 방이 있는 집 검은 돌담에 붉은 장미가 피어있는. 그곳이 대평리 몇 번지인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가는 날까지 모든 것이 온전히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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