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애진 Jan 06. 2024

커뮤니티 여정을 돌아보며

올 한 해는 여성 커뮤니티, 생명생태 커뮤니티, 크립토 커뮤니티,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커뮤니티와 연결되어 일하듯 놀고, 놀듯 일하며 지냈다.


1. 우먼스베이스캠프 (WBC)

올해의 슬로건은 “LET ME FREE”

자유와 해방이다. 자유가 무조건적인 해방은 아니다. 내게 자유는 “선택권”이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선택권을 위한 안전망의 존재다.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 속 선택권은 무의미하다. 파편화되고 부유하는 세상에서 안전망은 곧 친구, 동료, 동지의 존재다. 연결 안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연결고리를 늘려가는 일은 안전망을 만드는 일이다. 연결되어 자유롭다. 자유로와 행복하다. “네 주변 친구들이 행복해야 네가 행복하지.” 엄마가 자주 했던 말이다. 


| 행복 가득했던 2023 오픈개더링 

❶ 20년 만의 얼음땡

유독 추운 날이었지만 맨몸 움직임은 얼어붙은 첫 만남을 금세 허물었다. 쭈뼛쭈뼛 멋쩍게 인사를 나눴다. “얼음 땡!” 외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서로를 붙잡고 서로를 살렸다. 묵혀둔 동심이 되살아 났다. 몇 차례 넘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어렸을 때는 참 많이 다치면서 놀았다. 그때마다 당시 인기 드라마 <허준>을 따라 했다. 놀이터 구석의 쑥을 찧어서 상처에 올려뒀다. 물론 20년 전과 달리 몸이 굳고 늙었.. 이제 부상에는 걱정이 앞서는 나이가 됐다.    


❷ 처음 경험한 트러스트폴(Trust Fall)

옛날 가마놀이 할 때처럼 상대방의 팔을 잡고 가마를 만들었다. 8명이 손이 얼기설기 가마 그물이 됐다. 여기로 떨어져야 한다. 상대가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다치는 일이 두려워진 만큼 ‘일부러’ 떨어지는 일은 더 두렵다. 번지점프처럼 괴성을 지르며 뒤로 떨어졌다. 악을 너무 지른 탓에 정작 떨어지는 느낌에는 집중 못했다.


❸ 해방 토크 & 해방 런웨이

친구들의 해방 이야기를 들으면서 덩달아 고무됐다. 관계, 조직, 국가. 무언가로부터 기꺼이 독립되기를 선택한 이들이 함께해서 든든하다. 날이 흐리고 강당은 커서 시간이 지나자 조금 으슬으슬해졌다. 대뜸 일어나 스쿼트를 하며 몸을 데우는 사람들. 미쳤네 진짜 다들 멋지고 귀엽고 다해라아아악!!!!!!!!


2. 작은가배

음식과 커뮤니티는 밀접하게 연관된 단어다. 일상에서 우리는 관계 맺음을 시작할 때 "밥 한 번 먹자"라고 인사한다. 역사적으로도 음식과 커뮤니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왔다. 예컨대 근대의 설탕 중독은 대량 생산/소비 시스템을 추동했고, 이는 자급자족 공동체와 살림살이 경제가 붕괴되는 결과를 야기했다. 다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함께 밥을 나누는 문화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매달 함께 김장도하고, 윷놀이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명절을 보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기에 더 명절의 의미가 살아나는 아이러니랄까. 


3. 서울바운드

유독 외부 일정이 많았던 지난 4~5월 중 ‘망(网)’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렸던 서울바운드. 3일간의 밀도 높은 일정을 마친 후 컨퍼런스 자체가 다오가 된 느낌이었다. 결국 다오의 핵심은 프로토콜 아닌 ‘관계’ 아닐까. 그 후 이어지는 일련의 만남들은 우연적 필연 같기도 하다. 무심코 지나쳤던 한 순간, 한 마디, 한 단어가 모두 나도 모르게 심어진 씨앗이었음을 발견해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