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지 않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작년 크리스마스 땐 바빠서 산타에게 선물을 주문하지 못했다던 딸아이에게
"재이야. 올핸 바쁜 일 없으니 늦지 않게 산타 선물 주문해야지." 했더니,
"아빠. 산타할아버지 돌아가셨잖아. 그래서 없다는 거 다 알거든. 대신 인라인스케이트 사 줘."
올여름부터 줄기차게 인라인스케이트를 사달라던 딸아이에게 아무 날도 아닌데 사줄 수는 없다며 크리스마스 때까지 기다리라니까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면 추워서 타기도 힘들고 내년 봄에 날 풀리면 사자고 하니 그래도 크리스마슨데 선물은 받아야겠다며 책을 두 권 사달란다. 그것도 꼭 두 권으로 붙어서 파는 거 말고 떨어져서 파는 두 권을 사달란다. 아내가 종종 두 권 묶어서 파는 할인하는 책을 사줘서 못마땅했나 보다.
아기 때부터 아내와 나는 딸아이에게 약속한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잊지 않고 지켜주었다. 가령 ‘밥 먹고 해 줄게.’라든가 ‘다음 주 언제.’처럼 항상 구체적인 시간을 들어 약속을 지켜주었다.
간혹 딸아이가 기억을 못 하더라도 까먹어서 다행이라 여기지 않고 기억을 일깨워 지켜주었다. 그런 사소한 작은 약속이 믿음을 주어선지 딸아이는 지금 당장 안 해준다고 떼쓰지 않고 ‘지금 안 되는 건 뭐 어쩔 수 없지. 다음이라면 꼭 지켜줄 테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언제 밥이나 한 끼 합시다'라는 말은 '그다지 당신이랑 밥 먹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정말 밥을 먹고 싶은 사람과는 다음 주, 다음 달처럼 조금은 구체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진짜 밥을 먹는다.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공허한 약속들이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부터 한 가정의 부모까지 현재를 모면하기 위한 공허한 약속은 결국 불신과 다툼 외에는 어떤 것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딸아이는 ‘아빤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성실한 얼굴.’이라고 하나보다. 하지만 "아빤 뻥이 좀 심해!"란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좀 더 유머러스하고 드라마틱한 감정의 표현이란다.
20131220(7살)